전경련, 당당한 목소리 낼 때

강신호 회장을 새 회장으로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듯하다. 사무국은 지난 12일 강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평소의 두 배가 넘는 보도자료를 왕성하게 쏟아내고 있다. 올해 76세의 고령인 강 회장은 지난 주 검찰과 정치권을 잇따라 방문해 `수사 조기종결`을 호소하며 여론몰이에 적극 나섰고, 원로자문단도 25일 긴급 모임을 갖고 검찰수사로 인한 경제악영향을 우려하면서 정치자금 수사를 조속히 끝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갑자기 왕성해진 전경련의 활동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당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 10개, 이번 주 12개나 되는 무더기 보도자료는 `과시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자료도 좋지만 주요 임원들이 토론회나 강연 등에 얼굴을 비치고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편이 더 당당해 보인다. 전경련은 그나마 예고된 자료 중 20%가량을 취소 또는 연기하는 소화불량을 겪었다. 회장단의 책임회피와 몸 사리기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말 회장단 모임이 내놓은 발표문은 `검찰수사의 조기종결`을 강조했지만, 참석자 4~5명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리 만무했다. 재계 내부에서도 `맥 빠진 소리`로 치부됐을 정도다. 더욱이 이날의 말 바꾸기는 전경련이 공신력 있는 기관인지를 의심케 했다. 전경련은 당초 `회장추대 발표가 없다`고 했다가 느닷없이 밤 10시가 넘어 `강신호 회장대행 추대`를 공표했다. 대부분 언론이 이 사실을 액면 그대로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강 회장은 `회장대행 수락`을 부인했고, 결국 전경련의 말 바꾸기 때문에 국민의 눈과 귀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전경련은 이후에도 강 신임 회장의 정ㆍ관가 연쇄방문, 원로자문단회의 등의 이벤트를 펼치면서 중차대한 소임을 원로들에게 떠넘기는 소극성으로 일관했다. 지난 26일 회장단의 미군부대를 방문도 어색했다. 회장단은 야전점퍼를 입고 미군 사령관과 나란히 선 기념사진으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기 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할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나서 말로 표현하는 편이 옳다. 우리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재계가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늘 한결같고 정정당당한 `재계의 대변자`의 모습을 전경련에 기대해 본다. <문성진기자(산업부)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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