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로 수입과일 가격 들썩

냉해·한파로 칠레산 포도·미국산 오렌지 수입량 뚝
무관세 혜택 효과도 무색… 당분간 오름세 지속 전망


국산 과일 출하가 줄어드는 겨울·봄에 집중 수입돼 과일 시장 전체 가격 안정화에 기여해 온 수입산 과일이 최근 산지에 닥친 기상 이변의 여파로 국내 수입량은 줄고 도소매 가격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입산 과일은 겨울·봄 뿐만 아니라 올해 연간 수입량 역시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과일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유통업계와 서울농수산식품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수입 과일이 국내 전체 과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4~2006년에는 16%대였으나 2009~2011년에는 18%, 2012~2013년에는 21%대까지 커졌다. 그 동안 수입 과일은 국산 제철 과일의 출하량이 줄어드는 겨울과 봄에 싼 값으로 시장에 풀리면서 국내 소비 시장의 사계절 과일 수요를 충족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수입 과일 반입량 및 시장 가격에 변화가 왔다. 필리핀산 바나나에 이어 칠레산 포도, 미국산 오렌지까지 잇따라 생산지 이상 기후로 인한 냉해 피해로 수입량은 줄고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칠레산 포도(8㎏, 상품)의 지난달 마지막 주 평균 도매가는 4만9,010원으로 지난해 1월 평균 도매가인 4만1,184원

보다 19% 정도 올랐다. 지난해까지 칠레산 포도에 적용됐던 관세율 4.1%가 올해부터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사라진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낮아져야 하지만 현지 포도 농가가 냉해를 입으면서 무관세 혜택은커녕 오히려 더 비싸진 셈이다.

또 다른 대표 수입 과일인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북미에 불어닥친 한파로 캘리포니아 지역의 오렌지 농가가 타격을 입으면서 국내 수입량이 35% 감소했고, 이는 오렌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네이블 오렌지(18㎏, 상품) 가격의 1월 마지막 주 평균 도매가는 5만3,728원으로 작년보다 50% 이상 올랐다.

이 같은 수입 과일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올해 농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바나나와 오렌지 수입량이 전년 대비 각각 19%, 12%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포도와 오렌지 수입량이 산지 작황 부진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는 일단 지난해 작황 호조로 생산량이 늘고 가격이 내린 국산 과일을 비싸진 수입 과일 대체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산 딸기의 도매가는 지난해보다 27% 가까이 떨어졌고, 배도 35% 가량 하락했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딸기 매출은 지난해 보다 9.6%, 배는 13.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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