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3> 주요타깃 고객층에 싼 보험료

손보사 재무건전성 악화 초래
시장 원가개념 사실상 무시
감독 기관등도 제기능 못해
보험료 체계 해법찾기 골몰


올해 중형차를 새로 구입한 J씨(38세ㆍ남자)는 A사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서 62만4,000원의 보험료를 냈다. 생각보다 싼 자동차보험료에 J씨는 흡족했다. 그런데 똑 같은 가입조건으로 같은 손보사에 가입한 P씨(25세ㆍ남자)는 100만3,000원을 보험료로 내야 했다. 예상보다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P씨는 신차인데다 자신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하며 납부했다. J씨와 P씨는 제대로 된 보험료를 낸 것일까. 그렇지 않다. 똑 같은 가입 조건에 오직 다른 것은 운전자의 연령. 운전자의 나이 만으로 이정도 보험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손보사 A의 가격 전략이 숨어있다. 자사의 주요 타깃 고객층인 30대 후반의 J씨에게는 적정 보험료보다 싼 값을 그렇지 못한 P씨에게는 비싼 보험료를 내도록 한 것이다. 두 사람이 각각의 위험도에 부합하는 보험료를 낸다고 하면 J씨의 보험료는 10% 가량 비싸야 하고, P씨의 경우 15% 정도 내려가야 한다. 자동차보험 계약자들이 비정상적인 보험료를 내는 이유에는 손보업계의 경쟁과 이에 따른 가격 차별화 전략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손보사간의 경쟁은 보험료와 관련해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온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란 교통사고 발생과 이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된 정도를 의미한다. 결국 어느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다면 이것은 그 회사 자동차보험 상품의 원가가 그만큼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애기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이 ‘원가 개념’은 사실상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지난 2004회계연도(2004.4~2005.3) 1년 동안 자동차보험을 판매중인 14개 손보사중 손해율이 가장 낮은 회사는 71%, 가장 높은 회사는 80%가 넘었다. 이런 손해율의 차이에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에는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손해율이 높은 손보사의 보험료가 오히려 싼 경우도 적지 않다.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는 운전자의 위험률과, 회사의 손해율에 부합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에는 이런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일부 손보사의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 실적에 급급해 자동차보험료의 비정상을 초래한 1차적인 책임은 분명 손보사에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이를 검증하고 감독해야 할 보험개발원과 금융감독원 역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 역시 높다. 손보사별 보험료의 타당성 검토가 심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일부 손보사들이 자사 계약중 우량한 계약만을 조합한 이상적인 요율을 만들어 보험료를 산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가격 자율화 이후 특별한 하자가 없을 때 이를 규제할 명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은 원칙에 철저한 보험료 체계가 만들어져도 어려움은 계속된다는 점이다. 손보사들이 각각의 손해율에 맞는 보험료를 받게 된다면 일부 중소형사의 자동차보험은 그 순간 경쟁력을 잃게 된다. 낮은 인지도에 보험료는 비싸지기 때문이다. 중소형사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제 값을 받고 이 시장에서의 성장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가격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언제나 고민스러운 과제”라며 “중소형사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을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과 이를 개척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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