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범람을 막아라"… 사투 2시간

민·관·군·경, 만조속 행주대교 부근

"한강 물의 범람을 막아라" 16일 저녁 한강 하류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행주대교 아래 장어 음식점 밀집지역에는 2시간여동안 시시각각 한 입에 집어삼킬듯 넘실거리며 다가 서는 수마와 이를 막아 내려는 인간의 피말리는 사투가 벌어졌다. 이날 오후 들어 상류 팔당댐의 방류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서해 만조까지 겹치면서 이 곳으로 한강 물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는 강변에 바짝 붙어 있는 나루터, 강나루 등 음식점 5 곳이 순식간에 사람 허리춤 높이까지 잠겼고, 일명 소애촌 100여 가구 등 260여 가구 주민에게는 대피 예비령이 내려졌다. 행주대교 상판 아래 4m까지 물이 불어나 거대한 둑 역할을 하는 자유로와 강변북로와 달리 한강 하류 가운데 유일한 자연 둑으로 남아 있는 저지대인 이 곳으로 한강 물이 넘쳐 들어온 것. 더구나 3시간여 뒤인 오후 8시 57분은 서해의 물이 한강으로 가장 많이 밀고 올라온다는 만조가 기다리고 있어 언제 마을 일대가 물바다가 될 지 모를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오후 7시께 행주대교 아래 상류 쪽으로 공무원과 경찰, 소방관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소애촌 앞 편도 1차선 도로로 한강 변에서 불과 3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곳에 800-1천㎏짜리 대형 마대가 하나 둘씩 쌓아졌다. 주민들도 마냥 대피 준비만은 할 수 없다는 듯 삼삼오오 이를 돕고 나서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서 구명보트 1대도 긴급 배치됐다. 비슷한 시각, 행주대교 하류 쪽으로는 긴급 투입된 백마부대 장병 200여명이 전투복과 운동복 차림으로 20㎏짜리 마대에 흙을 담기 시작했다. 이 곳은 이미 코 앞까지 물이 들어와 있는 상태. 장병들은 어둠을 마다않고 특유의 조직력으로 뛰어 다니며 마대를 날라 한칸, 두칸 쌓아 나갔다. 만조 시각인 오후 9시께, 사투를 시작한 지 2시간여만에 땀과 비로 흠뻑 젖은 이들 앞에는 어느덧 높이 1-1.5m, 길이 150m의 마대 둑이 만들어졌다. 만조 시간을 넘긴 오후 10시께 이를 아는 듯 한강 물은 더 이상 마을쪽으로 향하지 않고 서서히 한강쪽으로 한걸음씩 물러섰다. 소애촌에서 15대째 사는 장중환(60.전 이장)씨는 "1990년 한강 대홍수때는 이런 노력조차 해보지 못하고 무방비로 수마에게 마을을 내주었었다"며 "다행히 만조 중에서도 물살이 약한 조금때여서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민.관.군.경이 이렇게 합심했기 때문에 사리라 해도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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