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相生 노사관계의 본보기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노사가 기본급 3.95% 인상, 정년 1년 연장을 내용으로 한 올 임금 및 단체협상안에 합의해 12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눈앞에 두고있다. 대규모 노사분규로 온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상생의 노사관계를 흔들림 없이 실천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돋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사옥 불법점거, 현대차노조의 파업장기화 등 강경투쟁이 노사 모두에게 피해와 상처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17차례의 교섭이 말해주듯 현대중공업의 올 협상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조가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측은 노조의 정년 연장안을 수용함으로써 타결됐다. 대화와 양보로 문제를 해결한 것인데 그 바탕에는 강경투쟁은 회사를 어렵게 만들어 근로자들에게도 손해라는 노조의 인식변화가 깔려있다. 과거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다 89~91년 장기파업으로 회사는 물론이고 근로자들도 큰 피해를 본 후 달라졌다.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생산성향상 노력에 힘을 쏟았고 회사는 사원복지 향상으로 화답했다. 상호 신뢰가 형성됐고 노사관계는 안정됐다. 상생의 노사관계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업계 1위를 달리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아지니 수주량이 늘어나고 실적이 좋아졌다. 그 혜택은 근로자들에게 돌아왔다. 노조위원장은 선주들에게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이지 않고 최선을 다해 품질 좋은 배를 만들어 인도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대답은 선주들의 격려금이었다. 엑슨 모빌이 감사의 표시로 노조에 1,000만달러를 보내오는 등 선주들의 성원이 이어졌다. 발주처의 신뢰를 얻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 활동이 있을까. 그걸 노조가 해낸 셈이다. 이런 노조를 사측이 어떻게 대할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노조는 더 많은 복지와 고용안정을 얻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는 임금협상 등에서 한 발짝 양보하는 것이 당장은 손해 같지만 결국 그게 노조에도 이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과다한 임금인상 등 무리한 주장을 내걸고 해마다 파업을 벌이는 노조들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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