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10 안에 드는 에너지 전문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지난 3월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불확실한 대 내ㆍ외적 경영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중책을 짊어졌다. 그러나 구 사장의 취임 일성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책이 아닌 장기 비전이었다. 그는 "SK에너지를 정유사를 뛰어넘는 종합에너지 회사로 변모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끊임없이 흔들려야 하는 한계를 지닌 정유사가 아닌,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종합에너지회사로 진화해 나가겠다는 구상이었다. SK에너지에 합류하기 전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미국 엑손모빌(Exxon Mobil)에서 20년 이상 전략과 연구개발(R&D) 업무를 담당한 구 사장은 지난해 SK에너지의 R&D 분야의 수장인 P&T(전략 및 기술) 사장을 맡으면서 SK에너지가 에너지 관련 기술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하게 됐다. 회사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고급윤활기유 제품,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는 고급 아스팔트인 '슈퍼팔트' 등 글로벌 톱 수준 기술력을 확보한 제품들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한편,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 배터리, 수소에너지, 무공해 석탄에너지(Green Coal) 등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는 게 구 사장의 전략이다. 구 사장은 풍부함과 경제성, 그리고 청정성, 즉 '에너지 트라이앵글'을 충족시키는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에 있어 수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 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구 사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침체 상황이지만 신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 사장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포화상태에 달한 내수시장을 벗어나 석유 및 화학제품의 해외 판로를 넓히는 데도 경영의 한 축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그린폴'(Green Pol)과 같은 기술집약적인 화학제품의 개발과 환경사업 등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 사장 취임 이후 약 3개월이 흐른 현재 SK에너지는 '규모와 실리' 양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4ㆍ4분기 2,270억원에 그친 영업이익이 올해 1ㆍ4분기에는 6,475억원으로 크게 도약했고, 순익 측면에서도 지난해 4ㆍ4분기 8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1ㆍ4분기에는 2,461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주가 역시 구 사장 취임 당시 8만원에 머물렀으나 6월 중순 현재 11만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40%에 육박하는 상승률이다. 조직 효율화 면에서 구 사장은 SK그룹의 경영 철학인 SKMS(SK 경영관리 시스템)를 기반으로 자율적인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사업별로 전문화된 CIC(회사 내 회사) 체제를 정착시키는 한편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통해 구성원의 전문성을 증대시켜 기업의 안정과 성장을 이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구 사장은 자신의 비전에 따라 회사의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하면 머지 않아 다가올 경기 회복기에는 SK에너지가 국내 최대를 넘어 글로벌 수준의 메이저기업 대열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임직원 모두가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조직력을 집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직원들과 늘 격의없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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