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엔고 등 통화 정책의 실패라기 보다는 소비위축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엔고 저지를 위해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BOJ) 총재와 전화회담을 갖는 등 각종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속수무책이라며 일본 디플레는 통화정책보다는 소비위축의 영향이 크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은 물가가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디플레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NYT는 JP 모건 시큐리티스 재팬의 카노 마사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일본의 디플레는 유동성 부족이나 (상대적인) 고금리 탓이 아니다"면서 "문제는 개인이나 기업이 소비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와 관련해 일본의 공공 부채가 경제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10조 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한 일본의 소비 수요가 매우 미약한 상황에서 디플레 기대감이 평균화돼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수단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경제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즈오 시큐리티스 리서치 앤드 컨설팅의 미야카와 노리오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가 또다시 관망하는 입장"이라면서 "현실은 통화당국에게 (엔고를 저지할) 당장의 방안이 없다는 것으로 시장은 이 점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앞서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가 환율동향 등에 관해 전화 협의를 하긴 했지만 엔고저지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자 24일 도쿄 증시는 1년 3개월만에 니케이지수 9,000포인트가 붕괴되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니케이지수는 8,995.14포인트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