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에너지정책] 소통으로 풀어낸 당인리 발전소 재개발

주민 불안 해소때까지 대화
복합문화공간 조성협약 결실


전력 설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의 골마저 깊어져 양보는 곧 패배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서울 당인리 발전소의 재개발 사례는 전력 당국과 이해 당사자들의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의미 있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한국중부발전과 마포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 양화진의 당인리 발전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는 내용의 '문화창작발전소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발전소 이전 문제를 놓고 수년간 지속됐던 갈등이 마침내 봉합된 것이다.

이 협약에 따라 국내 첫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 4ㆍ5호기(당인리 발전소)는 폐기되고 오는 2016년까지 지하에 새로운 대체 발전소(복합화력 1·2호기)가 들어서게 됐다. 대신 땅 위에는 도서관·박물관·공연장 등이 결합된 문화시설이 선을 보인다.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떠올리면 된다. 발전소 전체 터 11만8,000m² 가운데 75%인 8만8.350m²를 공원으로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지역 주민에게 고통을 줬던 당인리 화력 발전소가 도심 속 명품 공원과 문화창작 발전소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갈등 극복을 위한 이해 당사자 간 끊임없는 대화와 신뢰 형성을 위한 노력이 자리잡고 있다.

중부발전은 서울화력 4·5호기(1969년, 1971년 완공)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6년 기존 부지 지하에 복합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처음으로 내놨다. 이 계획은 당시 정부의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마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서울 도심에서 30년 넘게 화력 발전소를 운영했으니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발전소를 지으라는 논리였다.

결국 이전부지 확보를 위해 2008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중부발전ㆍ서울시ㆍ마포구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과정은 험난했다. 3년간 경기도 고양시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정부는 2011년 다시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지역 주민들의 설득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발전소 측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당인리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갖고 있던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는 부분. 당시 주민들은 지하에 가스복합발전소가 들어서면 LNG 저장시설이 들어서게 되고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복합발전소는 저장된 LNG를 연료로 쓰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가스공사에서 공급해주는 가스로 연료로 뗀다. 발전소 측은 수십 차례의 주민 설명회와 협의회를 통해 이 부분을 강조했고 안전성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기존의 3단계 안전점검을 6단계로 강화했다. 정확한 정보가 없어 막연한 우려감이 컸던 주민들을 하나씩 설득해나간 것이다.

그렇게 꾸준한 소통으로 당인리 발전소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었고 지난해 말 건설사업 확정이라는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중부발전의 한 관계자는 "건설계획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마포구와의 행정소송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 등으로 갈등이 지속돼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면서 신뢰를 쌓았던 게 좋은 결실을 맺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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