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約 악순환'에 멍드는 지방선거

구체적 시기·예산 마련안 등 알맹이 없는 장밋빛정책 남발
'아니면 말고'式 구태정치 반복
공약이행률 점검도 제자리걸음


여야 정치권이 6ㆍ2 지방선거를 겨냥해 선심성 정책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세금을 깎고, 복지 혜택을 공짜로 제공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정당과 후보들이 공약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행할 지, 막대한 예산은 어디서 마련할지 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미 뽑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 이행률 점검은 아직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공약을 남발한 뒤'안 지켜도 그만'인 지방선거가 이번에도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책과 정치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밋빛'호언장담'=한나라당은 현재까지 연간 1조원이 넘게 드는 각종 서민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 날짜와 재원마련 방안은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 선거에서 공약은 실행을 확정한 정책이라기보다는 '뽑아주면 이런 방향으로 하겠다'고 약속일 뿐이다. '서민ㆍ중산층 생활비 다이어트' 공약(총 5개) 중 ▦근로자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택시LPG부탄 유류세 면제일몰 연장은 총 3252억원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다. 정부에선 그만큼 세수(稅收)가 줄어들어 정부 예산으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 키우기 편한 나라' 7대 공약은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 확대 등을 담아 연간 86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전면 무상급식 공약과 한나라당의'서민학생 무상급식+중산층 이하 보육비 지원'정책은 각각 연간 2조 원에 가까운 예산이 드는 점에서 매한가지다. 예산마련 비판이 일자 김성조 정책위의장은"세 감면으로 인해 기존에 정부가 주던 보조금 수요가 줄어들게 되므로 어려움은 적다"고 답했다. 중앙당과 별개로 각 지방자치단체 후보들도 달콤한 공약을 내건다. 서울시장 재출마 공식 선언한 오세훈 시장은 공교육을 살리겠다며 4년간 1조원을 들여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고 학교준비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허남식 시장은 사회적 기업 210곳을 2013년까지 우선 육성해 7만9,8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기업이 아닌'관(官)'주도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여당 지도부 조차 의문을 표한 바 있다. ◇공약이행은'글쎄'=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해선 공약 이행을 검증하고 이를 다음 투표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4년 전 뽑은 민선 4기 지자체장들 중 일부는 공약 실행 정도를 밝히라는 요구에 자화자찬을 하거나 공개를 거부했다. 한국매니페스토 협회는 전국 24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2010년 3월 12일까지 공약 이행 정도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6개 지자체는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한 경우도 문제는 있었다. 중장기사업인 경우 사업의 변경과 폐기, 유보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경우를 '정상추진'으로 표기하거나, 사업유치 실패 등의 공약도'완료'로 표기했다. 또한 지자체장들은 지난해 12월 기준 조사에서 공약 중 완료한 비율이 27.7%라고 밝혔으나 1년여 만인 현재 65.1%로 높아졌다고 답해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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