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금소원 협업 커녕 과잉규제 우려… 국회 대폭 손질 예고

대부업체 영업규제 금소원 규정개정은 금감원이 맡아
업무혼란·금융사 부담 가중 정책·감독기능 분리 등
'금융위 개편' 핵심은 빠져

금융위원회가 23일 발표한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대해 금융계는 물론 최종 결론을 내릴 국회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금융위를 그대로 둔 채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나누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실익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 사례를 보면 새로 생기는 금소원과 힘이 줄어든 금감원은 서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규제를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야당과 여당 일부는 금융위를 개편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다. 금융산업 육성을 소관하는 금융위가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까지 맡아 힘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야당은 금융위에서 금융정책을 떼어 기획재정부 등에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만 남기는 대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번 개편안이 대폭 수술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제4의 시어머니'…중복ㆍ사각지대 우려=현재 금융회사들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공정위 등 3곳을 시어머니로 두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기재부와 감사원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소원은 '제4의 공룡 시어머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을 보면 금감원의 주요한 업무 중 소비자 보호 기능은 그대로 금소원에 넘어가고 금융회사 검사를 통한 영업행위 규제는 사안별로 금감원과 금소원으로 업무를 나눈다.

문제는 금감원과 금소원의 업무를 구분하기 애매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부업체에 대한 영업 규제는 금소원이 맡지만 관련 규정을 고치는 일은 금감원이 맡는다. 영업 규제와 규정 재개정을 위한 검사는 두 기관이 함께할 수도 있고 한 기관만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금감원 내부에서 금소처가 민원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검사국에 넘겨 규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해당 업무를 맡는 두 기관은 당분간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업무 분담은 두 기관이 결정할 것이지만 초반에 혼란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역시 난감해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검사하는 곳이 감독까지 맡아야 일관성 있는 규제가 가능한데 이를 왜 나눴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금융위는 두 기관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원칙적으로 단독 검사는 최소화할 방침이다. 금융회사 제재 역시 두 기관이 참여하는 제재심의위에서 결정하며 양정기준도 공동으로 정한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009년 금융위기처럼 급박한 순간에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은 서로 정보를 주지 않으려 했다"면서 "금감원과 금소원이 핵심 정보를 공유하면서까지 협조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반대로 두 기관이 서로 몸집을 키우고 권한을 넓히기 위한 과잉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과거 재정경제원의 한 국이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따로 떨어져 분리한 뒤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제재 대상을 넓혔다. 지금은 은행 CD금리 담합 등 금융회사 규제까지 하면서 금융위나 금감원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상황이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주목 받는 업무는 서로 나서서 하려 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대방 책임으로 돌리는 게 조직의 속성"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현실적으로 예산도 문제다. 금융위는 현재 금감원 인원 그대로 나누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조직은 별도로 필요하다. 또한 외부 인력도 추가할 계획이다. 두 기관의 예산을 부담해야 할 금융회사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핵심 빠진 감독개편안에 여당도 갸우뚱= 금융위는 이번 금융감독개편안 관련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야 내년 상반기 중으로 금소원을 출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반대가 높으며 여당 역시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 처리할 분위기는 아니다.

여야가 문제 삼는 것은 금융위 개편안이 없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의 주요 원인은 금융위에서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정책기능과 규제 중심인 감독기능을 나누지 않은 탓이 컸다"면서 "원인에 대한 처방은 없고 엉뚱한 내용만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은 대통령이 지지한 방안을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다.

야당은 대안을 내어 이를 반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준ㆍ민병두ㆍ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의 금융정책을 기재부나 신설부처로 넘기고 금융감독위로 개편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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