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기지금리 최저 불구, 대출 전환비용 너무 비싸

갈아타기 수요는 '잠잠'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기존의 대출자들이 대출상품을 갈아 탈 경우 메리트가 별로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출을 전환할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수 천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3년 이상 같은 집에 살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28일 AP통신에 따르면 모기지 상품을 갈아타는데 드는 비용은 수 천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는 모기지 대출을 알선하는 브로커나 모기지 대출업체에 주는 수수료와 보험료, 서류 제출과 심 심사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모기지 브로커나 대출업체는 이 비용을 모기지 대출자에게 직접 청구하기 보다는 모기지 대출 금리에 얹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다. 대출 상품을 갈아탈 경우 얼마나 이익을 얻게 될까. 이는 주택가격과 그 주택에 얼마나 더 거주하느냐에 달렸다. 예를 들어 20만 달러짜리 대출을 끌어 쓸 경우 대출 금리를 종전의 5.5%에서 4.69%로 낮추면 월 이자가 1,135달러에서 1,035달러로 줄어든다. 한 달에 약 100달러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만약 모기지 대출을 갈아타는데 지불한 비용이 4,000 달러라고 했을 때, 손익 분기점 도달 시점은 3년을 조금 웃돈다. 결국 3년 이상 장기 거주할 생각이 아니라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대출상품을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낮은 금리가 주택 구입을 촉발하는 유인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모기지 금리가 4~5%대에서 움직인 것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금리에 둔감해진 반면 경기 회복 지연으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체인 레드핀의 최고경영자(CEO)인 글렌 켈먼은 "모기지 금리가 주택 구매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리가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세제혜택 종료, 고용시장 불안 등이 겹치면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은 지난 24일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주간 평균 4.69%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5.42%)보다 0.7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프레디맥이 조사를 시작한 지난 197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5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도 4.13%로 지난주(4.20%)보다 떨어지면서 1991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는 "모기지 신청이 감소하고 있으며,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모기지 금리가 급락했다. 영란은행(BOE)에 따르면 2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2003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대출을 갱신할 경우 종전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은 금리를 적용 받게 된다. 하지만 대출 수요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의 주택 정보업체인 머니팩트닷컴에 따르면 지난 4월 모기지 대출 승인건수는 4만9,871건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15년간 평균보다 40%이상 줄어든 것이다. 주택 수요 감소와 함께 모기지 대출 갱신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전체 모기지 대출 승인 건수 중 대출 갱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분기중 33%로 전년동기(52%)보다 크게 떨어졌다. 더구나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주택 판매는 1995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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