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깔데론 이노호사 멕시코대통령이 7월 1일 오전(현지시간) 멕시코시티내의 대통령관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헤오르히나 케셀 마르티네즈 멕시코에너지부장관이 ’ 에너지효율향상 협력 MOU체결’뒤 악수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멕시코시티=왕태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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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한ㆍ멕시코 정상회담에서 우리에게 '준자유무역협정(FTA)' 지위를 부여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멕시코 정부와 공기업이 발주하는 각종 사업의 국제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멕시코에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풀렸다며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멕시코 정유사업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더불어 원자력발전 건설, 스마트그리드(전력망 현대화) 등 다양한 분야에 양국의 협력이 증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간 FTA 체결도 되지 않고 정부 조달시장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이중부담을 겪었던 것을 어느 정도 해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묵은 과제 풀려…멕시코 공공사업 참여 확대=멕시코 정부는 관례상 FTA 체결 국가에만 공공 인프라 입찰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멕시코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임에도 정부조달협정(GP)에 가입돼 있지 않아 국제법규상 위반사항이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기업들만 국가 인프라 건설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합의로 무엇보다 관심을 받게 될 분야는 멕시코 내 석유 관련 사업이다. 연간 발주 규모가 200억달러에 달하는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PEMEX)는 멕시코 중부 도시인 툴라에 90억∼100억달러 규모의 정유소를 지을 계획이다. 또 툴라와 살라망카 등의 지역에 공사비 규모가 5억∼10억달러에 이르는 가솔린 및 디젤 탈황시설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멕시코시티 정부는 앞으로 3조원가량을 투자해 시내를 중심으로 입체형 교통망을 구축하고 지하철 12호선도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 프로젝트에는 도심 중앙차로와 고속도로 건설안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의 새로운 원전 파트너 될까=이번 정상회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멕시코가 우리나라의 원전에 공개적인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케셀 마르티네스 멕시코 에너지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향후 멕시코 원전 건설에 대비해 한국이 원전 관련 전문인력 양성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사전에 전혀 논의된 바가 없었던 그야말로 멕시코 측의 '깜짝' 요청이다.
멕시코는 현재 총 1,365㎿ 규모의 원전 2기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1~2024년께 추가 원전 도입을 목표로 향후 2년 동안 추가 원전 건설을 결정할 예정이다. 가스 의존율이 75%에 달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1,300~1,600㎿ 규모의 원전 2기 추가 건설을 검토하는 것이다. 멕시코는 원전 건설시 공사 기간에는 공사비를 건설사가 부담하고 이후 15~20년간 멕시코 국영 전력공사(CFE)가 장기지급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특히 다음달 멕시코 에너지부 장관의 한국 방문이 예정돼 있어 원전과 관련한 협력 방안이 구체화될 가능성도 크다. 양국 정부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실무협의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FTA 체결까지는 시간 필요할 듯=양국 정상은 한·멕시코 FTA가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성에 비춰볼 때 교역과 투자를 증진시킬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실제 협상 진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지난 2007년 12월 FTA 체결을 위한 제1차 협상을 시작했지만 2008년 6월 이후 멕시코 산업계의 반발로 협상이 중단된 상황이다. 멕시코는 자국 내에서 FTA 활용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증가하자 2003년 11월 FTA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도 했으며 신규 FTA 체결보다 기존 FTA 활성화에 노력하는 모양세다.
그러나 멕시코는 우리와 경쟁관계인 일본과 2003년 FTA를 체결해 자동차ㆍ전자제품 등의 불이익을 개선하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협상 진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실무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멕시코 산업계가 통상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세기 때문에 상대국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협상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