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6일 잇따른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요구와 세간에 돌고 있는 의혹에 대해 "억울하고 말도 되지 않는 억측"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 매각 의혹에 대해서는 "인수전은 물론 이후에도 매각계획이 전혀 없다"며 항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현대그룹은 우선 현대건설 채권단의 프랑스 나티시은행 예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는 그 유례가 없고 통상관례에 벗어난 것으로 양해각서(MOU)상 채권단과 합의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는 위가 아파서 내과에 갔더니 팬티까지 내리라는 격"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그룹은 또 대출계약서 제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반박했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의향서 제출에 앞서 한때 컨소시엄의 파트너로 영입했던 독일 M+W와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권을 넘기려는 논의를 진행한 데 대해 "M+W가 현대엔지니어링 인수를 강력히 희망했으나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돼 이를 거절했다"며 "그 결과 M+W와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명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달 18일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선영에서 현대건설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앞서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대출계약서 대신 제출한 대출확인서에 사인을 한 임원이 나티시은행 관계사인 넥스젠캐피털과 넥스젠재보험 이사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현대그룹은 "이들 임원은 넥스젠 계열사와 나티시은행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며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만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계열사의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논의를 했던 것 자체가 현대건설 인수에 계열사까지 활용하지 않으면 힘든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현대그룹의 현금 유동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현대그룹이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자금력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업계는 또 커져가는 시장의 의혹뿐 아니라 MOU 해지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권단의 강도 높은 압박에도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계열사 보증이나 담보 등의 조건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현대 측에 상당히 불리한 조항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출계약서를 보면 바로 드러날 수 있는 사실을 현대가 숨길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하지만 시장이 우려할 만한 불리한 조건을 담겨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자 현대건설 인수전은 소송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명예훼손 및 무고 등의 혐의로 소송을 펼치고 있는데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할 경우 그 강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소송까지 가지 않겠냐"며 "소송이 진행되면 3~5년 정도 걸리는데 그러면 현대건설은 그 기간 동안 주인이 없게 될 노릇"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