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로 '죽림칠현'을 표현하면…

권기수의 '동구리전' 박여숙 화랑에서 29일까지

권기수 '숲'

권기수 '회색숲'

동양화를 서양화와 구별하는 기준은 한지와 먹 같은 재료일 수도 있고, 매화와 난초 등 소재와 주제일 수도 있다. 동그란 얼굴에 항상 웃고 있는 심벌 ‘동구리’로 유명한 작가 권기수(36)는 서양화의 질료로 동양화의 정신을 담아낸다. 판넬에 아크릴로 그린 작품, 흡사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떠오르는 ‘동구리’로 인해 그의 그림은 팝아트로 불리기도 하지만 작가는 진지하게 동양화라 고집한다. 권기수의 개인전 ‘사계절’이 오는 29일까지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린다. 선명한 색감의 판넬화부터 둥근 알루미늄판에 그린 신작과 다양한 입체 조형물까지 40여점을 선보인다. 알록달록한 대나무숲을 거니는 동구리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현재화 된 모습이다. 상자 위에 누워 물결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장면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난을 치던 힘찬 필치로 혼자 있어도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하는 동구리를 그려냈다. 동양사상을 담고 있는 그 웃음은 귀여운 만화주인공 보다는 온화하고 고졸한 불상의 미소를 닮았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제작기법 면에서 도약을 시도했다. 전통적인 자수기법을 이용해 방석과 이불 위에 그림을 그렸다. 홑겹에서 솜이불까지 이불은 소재만으로도 사계절을 드러내 전시주제와 흐름을 같이 한다. 또 디아섹(투명한 아크릴판 사이에 사진을 넣고 결합하는 코팅방식)을 응용해 아크릴이 아닌 유리에 그림을 붙여 압축하는 ‘글라섹’ 방식의 작품들을 선보이다. 권기수는 지난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아르코아트페어에서 출품작품이 모두 팔리는 진기록을 세운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진행된 대만경매회사 라베넬의 경매에서 120호 크기의 ‘회색 숲(Grey Forest)’이 6만5,000달러(한화 약 6,300만원)에 낙찰되는 등 성장일로를 걷는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00호 기준으로 1,500만원 선에 거래된다. 작품 내 구성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으며 작가의 원숙미가 담긴 최근작일수록 고가에 판매된다. (02)549-7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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