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새로운 아이들

◎선과 오라클이 첫 NC들을 내놓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도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직선적이면서 독자적인 최고경영자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스콧 맥닐리와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은 PC 산업이 혁신적인 네트워크컴퓨터(NC) 도입으로 급변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1년도 넘는다. 편리하고도 간소화된 이 기기는 5백달러 이하의 싼 값으로 모든 종류의 컴퓨터를 연결한 것으로 복잡한 기계를 꺼리는 수백만의 가정을 인터넷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맥닐리와 엘리슨이 주장한 것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NC에 새로운 프로그램 언어인 자바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자바언어는 이들의 가장 강력한 적인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회장의 수입원인 기존의 운영체계와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한 순간에 낡은 것으로 만들어 버릴수도 있다. 이제 NC가 시장에 나오고 있다. 선의 자바스테이션은 지난주에 나왔으며 오라클도 자사모델 NC를 이번주 발표한다. 이때문에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적어도 메모리 용량은 조금 커졌다. 또 가격면에서는 (당초 예상에 비해) 거의 두배 가까이 된다. 그리고 주요 타깃이 가정보다는 기업인 것으로 판명됐다. 그동안 애써 NC의 위협을 무시해오던 마이크로소프트도 뒤늦게 NC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나름대로의 자체 NC 개발을 공표했다. 최초로 공개된 NC는 선의 자바스테이션. 매끄럽고 유선형의 이 제품은 (선이 개발한 프로그램인)자바언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선의 컴퓨터 서버를 이용한 방대한 인터넷 저장용량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모든 PC와는 달리 자바스테이션은 하드드라이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CD롬과 플로피디스크를 운용할수도 없다. 사용자들은 개인파일을 서버에 저장하거나 필요한 작은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애플리트)을 네트를 통해 직접 전송받을수 있다. 속도가 빠른 마이크로SPARCII칩을 포함한 기본 장치의 가격은 7백50달러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키보드와 모니터를 추가할 경우 가격은 1천달러선까지 육박한다. 이 정도 가격이면 저기능의 매킨토시나 윈도PC와 거의 같다. 선의 바로 뒤를 이어서 오라클도 이번주에 최초의 자사 NC제품을 5백달러 이하의 가격표로 내놓는다. 『PC는 너무 비싸고 복잡해 대중화가 힘들다』고 오라클의 엘리슨은 주장한다. 『우리는 보다 싸고 사용하기 쉬운 기계를 필요로한다』. 그는 이를 위해서 오라클의 NC제품 전체를 3백달러 이하대로 책정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 NC제품은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쉽게 설계되는데 간단한 데스크톱을 비롯, NC전화기와 가정에서 TV에 연결해 웹을 자유자재로 검색하고 거실의 소파에서 편안히 E메일을 보낼수 있는 NC셋톱박스등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선수를 빼앗겨 기분이 잡쳤다. 더우기 상대가 선과 오라클이고 보면 더 할말이 없다.두 회사는 선이 발표하기 바로 전날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그들은 1천달러대의 네트워크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 기기는 하드드라이버가 있으며 인텔의 펜티엄칩을 사용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윈도NT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것으로(이름과는 달리) 기존의 PC와 유사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코르셋속의 PC」라고 부르겠다』고 선의 스콧 맥닐리는 비웃었다. 『그들은 원하는대로 최대한 끈을 잡아당길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PC일뿐이다』고 일침을 가한다. 맥닐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발표는 선의 항해를 방해하기 위해 지난 주말동안 급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모든 분쟁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업체는 IBM이다. 초우량기업인 IBM은 인터넷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지난 9월 7백달러대의 네트워크 스테이션을 발표했다. 최대의 기업네트워크 컴퓨터 제조업체로서 『IBM은 네트워크컴퓨터 기기의 잠재성을 잡기위한 이상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기가 인포이메이션그룹의 분석가인 롭 엔델레는 말한다. 그렇다면 NC의 잠재시장규모는 어느정도일까. 분석가들은 새로운 기계는 기업들에게 먼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측으로는 NC가 무엇보다 유지비가 아주 싸다는 이점이 있다. 1천∼2천달러만 들이면 충분히 데스크톱컴퓨터를 구입할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들은 하드웨어 기능향상과 소프트웨어 구비를 위해서 대당 연간 수천달러를 사용한다. 자동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전송받을수 있는 NC는 이런 추가비용부담을 없앨수 있다. 그러나 CD롬 플레이어가 없기때문에 NC는 보다 규모가 큰 가정용 컴퓨터시장에 판매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CD롬은 컴퓨터를 오락기기로 만드는 주요한 열쇠다』며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조사기관인 오딧세이 벤처의 닉 도나티엘로 사장은 말한다. 『오락이 미국 가정에 있는 6천파운드짜리 고릴라라면 정보는 단지 거실에서 뛰어노는 작은 치와와(애완견의 일종)일뿐이다』고 그는 덧붙인다. 당분간은 미국의 컴퓨터 대기업들이 앞으로 수개월동안 펼칠 NC개발 경쟁을 보는 것만도 누구나가 원하는 오락거리가 될 것이다.<데이비드 S 잭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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