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한국경제]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저수익성 사업 과감히 정리 에너지등 차세대사업 '올인'

지난 10월1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가 삼성석유화학 지분 33.18%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갖고 있던 지분을 사들인 것.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이 상무가 헐값에 BP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편법승계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연매출 1조4,000억원대의 알짜기업인 삼성석유화학이 꾸준히 이익을 내다가 2005년부터 적자를 낸 것은 의도적인 조작이라는 주장도 덧붙여졌다. 만약 BP가 이 얘기를 들었다면 뭐라 했을까. 호사가들의 입방아와 달리 삼성석유화학 지분정리는 BP 측이 글로벌 경영전략을 변화시키며 삼성 측에 지분인수를 강요했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BP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화학사업 분야를 정리하고 에너지 개발과 정제사업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맹렬히 추진하고 있다. BP가 지난해 여름께부터 삼성석유화학 지분 매각을 시작했다는 것이 유화업계의 정설이다. 삼성석유화학의 단일 생산품목인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은 중국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삼남석유화학 등 국내 업체들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공장가동까지 중단한 사실은 유화업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기초상식으로 통한다. BP는 이에 앞서 27억달러를 투자해 중국에서 시노펙과 합작해 만든 화학회사인 세코(SECCO)의 지분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오일메이저인 BP는 선도적인 저탄소 에너지기업이 되기 위해 대체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사업 분야에 향후 10년 동안 8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ㆍ중동 등의 추격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일반화학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원유개발 사업과 함께 차세대 에너지 사업으로 기업 역량을 모으려는 것. 글로벌 기업들의 변신 노력은 과감하다 못해 처절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네덜란드 가전회사로 유럽 지역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필립스의 변신 노력은 대표적인 사례다. 필립스는 최근 LG필립스LCD(LPL) 지분 32.9% 중 13%를 팔아 투자재원으로 확보했다. 향후 기업의 비전을 건강관리(헬스케어) 사업과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제품에서 찾겠다는 미래전략에 맞춘 체질개선이다. 한국 사업체인 필립스전자 역시 면도기 등 소형가전과 TV 등 일반가전 사업부를 통합하고 조직을 크게 헬스케어ㆍ라이프스타일ㆍ가전 3개의 사업부로 재편하는 리모델링에 나설 움직임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인 IBM의 변신도 놀랍다. 컴퓨터 제조회사로 유명한 IBM이지만 관련 사업을 매각한 뒤 최근에는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컨설팅과 같은 서비스사업 부문에서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IT기업들이 IBM 벤치마킹에 나서는 등 IBM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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