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택(왼쪽 네번째) 삼성SDI 사장과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천안사업장에서 열린 'AMOLED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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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7일. 삼성SDI의 주요 경영진들은 긴급히 연락을 받고 한자리에 모였다. 경영상 중요 결정사항을 의논하는 경영위원회가 소집됐기 때문이다.
김순택 사장은 이날“12월부터 세계 최초로 능동형(AM)OLED에 대한 양산 투자를 시작한다”며 “2006년 12월까지 총 4,65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규모도 결코 만만치 않거니와 일본이나 대만도 해내지 못했던 AMOLED 양산화에 세계 최초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김 사장은 술렁이는 임직원들을 향해“수동형(PM)OLED의 성공 신화를 AMOLED 사업에도 그대로 접목해 명실상부한 OLED 최고 기업의 위상을 확립할 것”이라며“이번 투자결정을 통해 AMOLED과 관련된 세계 최강의 OLED 기업으로 자리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사장의 목소리엔 결연함과 동시에 자신감이 짙게 배여 있었다. 마치 5년전 OLED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AMOLED는 뛰어난 화질과 적은 소비전력 때문에‘꿈의 디스플레이’, ‘현존하는 최고의 디스플레이’, ‘가장 진화된 디스플레이’등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투자금액 때문에 양산을 통한 사업화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세계 최초’라는 부담 탓에 일본의 눈치를 살피며 전용라인에 대한 투자를 차일피일 미루어 왔던 상황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CRT, LCD, PDP 등 모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을 추종해왔던 게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 같은 약점을 딛고 삼성SDI가 세계 최초로 AMOLED 전용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원동력은 PMOLED사업에 이어 AMOLED 사업에 대한 한발 빠른 투자와 기술개발 덕택이다. 삼성SDI는 지난 2000년부터 일찍이 차세대 OLED인 AMOLED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때문에 2002년부터 AMOLED전용 파일럿라인까지 운영하면서 양산제조기술 확보에 나섰고, 이는 남들보다 한발 앞선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기존의 방식보다 수명이나 화질면에서 월등한 AMOLED 전용 저온 폴리 실리콘(LTPS, Low Temperature Poly-Silicon) 방식의 라인을 개발하고, PMOLED사업에서 축적한 증착기술을 적용시켜 AMOLED를 양산 할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된 것이다.
소비자 조사기관인 TNS코리아가 지난 4월 한국, 중국, 독일 등 5개국의 18~44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 88.3%가 기존 휴대폰에 탑재된 LCD와 비교해 AMOLED가 화질 등에서 뛰어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시장규모도 향후 5년내에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AMOLED 시장 규모는 올해 8억3,100만 달러에서 2007년 20억4400만달러, 2009년 53억5000만달러로 전망돼 올해부터 3년만에 무려 7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명실공히 ‘AMOLED 전성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삼성SDI 특유의 정확한 시장예측과 한발 빠른 투자가 만들어 낸 작품 AMOLED. 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 세계 디스플레이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