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배포 자료선 "재벌은 각종 모순의 총화" 20일 포럼 강연선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
입력 2005.10.20 18:20:48수정
2005.10.20 18:20:48
참여정부의 실세 장관이자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가 “재벌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모순의 총화”라고 하는 등 이중적인 재벌관을 드러냈다.
김 장관은 20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초청 포럼에 참석해 ‘사회 양극화와 참여정부의 보건복지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에서 “재벌은 자본주의 후발국인 한국이 거대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나라의 운명을 건 작품”이라며 “재벌에 대한 막연한 부정과 해체는 한국 경제발전사의 단절을 의미하며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지 악의 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역사적 결과물로서 재벌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또 “이제 막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재벌을 해체하고도 한국이 국제경쟁에서 국가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 재벌의 역사성과 가치를 적극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김 장관이 강연 전날 기자들에게 사전 배포한 강연자료에는 이와 정반대되는 재벌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해석이 분분했다.
전날 자료에서 그는 “외국에 나가서 보는 한국 재벌의 로고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국내 뉴스에서 들리는 재벌의 추한 모습에 경악하기도 한다”며 “(한국의 재벌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지배구조는 세계적으로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나아가 “재벌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각종 모순의 총화”라며 “재벌이라는 매듭을 풀어야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열린다”고 언급,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불거지고 있는 ‘반기업 정서’의 해법을 재벌 스스로가 마련해야 한다고 분명히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 강연에서는 그의 이 같은 ‘재벌 성토’ 내용이 삭제됐다.
재계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의 재벌관이 강연 내용에 담겨 있는 것인지, 전날 배포했던 자료에 담겨 있는 것인지 헷갈려 하고 있다.
김 장관은 강연 내용이 변경된 것과 관련해 “보좌하는 사람들이 강연 시간 문제 등도 있고 하니 이번에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빼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경연 측 역시 “강연 원고에 재벌 관련 부분이 많이 할애된 것을 보고 가급적 보건ㆍ복지 분야에 대한 내용을 주로 취급해달라고 김 장관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삼성이 법을 지키지 않는 편법적인 모습을 보면서 혹시 국민을 깔보는 게 아니냐고 오해하는 시각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이건희 회장과 삼성 경영진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삼성이 발전하는데 여기에 (국민과 삼성간에) 간극이 있어 국민들이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며 “삼성 경영진은 국민의 위탁을 받고 경영한다는 생각으로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