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은 생산ㆍ소비ㆍ투자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물경제 붕괴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진작에 얼어붙은 내수경기에 더해 경기를 뒷받침하던 수출마저 급락하면서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비 1%대로 증가율이 크게 위축되고 투자선행지표인 기계수주와 건설수주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 경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요 실물지표 일제히 악화=지난 8월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월비 1.9% 증가에 그쳐 6월 6.6%에서 7월 8.6%로 ‘반짝’ 회복했다가 한 달 만에 곤두박질쳤다. 이는 -3.1%를 기록했던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달에 비해서는 2.2% 감소해 7월(-0.4%)에 이어 두 달째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생산자제품 출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재고는 14.4%의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면서 제조업 재고출하순환은 7개월째 경기가 하강 국면에 놓였음을 보여줬다. 서비스업생산 역시 전년 동월비 1.6% 증가해 지난 2005년 4월 이후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재판매도 전년 동월비 1.5%의 저조한 증가율에 그쳤다. 6월의 마이너스 증가율(-1.0%)보다는 나은 수치지만 7월 3.9%로 회복됐던 데 비하면 소비 역시 얼어붙고 있음을 나타낸다. 설비투자도 전기 및 전자기기 등 기계류의 투자가 늘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 증가에 그쳤다. 특히 투자선행지표인 기계수주는 1.7%의 감소세로 돌아섰고 건설선행지표인 건설수주도 -7.6%의 저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건설기성만 유일하게 공공 및 민간공사 증가로 10.0%의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마저 꺾여 경기 하강 가속화=8월 지표에서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침체에 빠져든 내수경기에 더해 수출경기마저 꺾이는 조짐이 보였다는 점이다. 8월의 수출용 출하는 화학제품ㆍ자동차 등의 부진으로 전년 동월비 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 출하 증가율은 지난해 9월 1.9%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1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을 뒷받침해왔기 때문이다. 가파른 산업생산 증가율 둔화는 조업일수 감소나 노사분규 등의 요인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세계 경제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로 생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의 분석이다. 문제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세계 실물경제 둔화가 급진전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기 하강의 방향성은 이미 예상했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8월 한 달의 지표 급락만으로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실물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경기회복 시기 내년 말 이후로 늦춰질 수도=이처럼 내수 침체에 수출까지 꺾이면서 당분간은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래의 경기 국면으로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7월 0.1%에서 0.4%포인트 추가 하락해 9개월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7월 99.7포인트에서 99.5포인트로 더 떨어졌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7개월 연속 동시 하락해 경기침체의 파고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도 자연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기회복 시기는 내년 말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올해 4.7%, 내년 5% 안팎이라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또다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