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볼거리 넘치는 '판타지 액션'

중천



'중천'은 130억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은 판타지 액션 영화다. 판타지 영화는 국내에선 아직 성공한 전례가 없는 장르. 게다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 천문학적 제작비를 쏟아 부은 할리우드 판타지 대작에 맞서기엔 130억이란 돈도 초라해 보이기만 하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과연 중천이 할리우드에 맞설 만한 성취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중천'은 적어도 시각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중국로케이션과 각종 CG촬영을 통해 탄생된 영화 속 세계는 볼거리가 넘친다. 고대 중국 무협세계를 연상시키는 세트는 환상적인 느낌과 사실적인 느낌이 공존하며 그 묘한 느낌을 잘 표현해냈다. 국내 순수 기술로 탄생된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은 할리우드에 비교해도 뒤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이 3만 명의 유령병사와 단신으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압권. 마치 한편의 비디오게임 장면을 보는 듯 화면 속에는 화려함과 창의성이 넘친다. 반면 비주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영화의 이야기에서는 상대적 빈약함이 느껴진다. 주인공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는 퇴마 무사 이곽(정우성). 원귀들의 반란으로 인해 깨져버린 결계 때문에 그는 환생을 기다리며 죽은 영혼들이 49일간 머무는 세계인 중천에 산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옛 연인 소화(김태희)와 재회하게 되는 이곽. 하지만 그녀는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하늘을 지키는 천인이 되어 그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그녀는 세상을 몰락으로 몰고 가려는 중천 내부의 반란군에게 시시각각으로 쫓기는 상태. 설상가상으로 반란을 일으킨 원귀들은 이승에서 이곽과 형제같이 지냈던 퇴마무사 동료들이었다. 이제 이곽은 사랑하는 소화를 지키기 위해 처용대장 반추(허준호)가 이끄는 옛 동료들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한다. 영화 속에서 49일 동안 환생을 기다리며 자신의 죄를 씻는 공간인 중천은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철학적 주제. 하지만 이렇게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의 공간 설정은 단지 액션만을 위해 쉽게 남용된다. 장편의 원작을 가진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가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영화 곳곳에 녹여 놓은 데에 비해 오리지날 각본으로 만들어진 '중천'에선 이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많은 부분 우연에 의해 진행되는 영화의 줄거리도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대목. 인물들의 행동 또한 공감되는 부분보다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더 많다. 연기에선 정우성을 비롯한 남자 연기자들은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고독한 무사등 기존의 이미지를 변주한 것뿐이라 식상한 면이 많다. 김태희ㆍ소이현 등 여성 연기자들의 연기는 어색한 부분이 종종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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