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제 연구기관들이 950원선 밑으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과 유가 급등을 반영, 경상수지 등의 경제 전망치를 낮춰잡거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24일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지표를 토대로 올해 경상수지, 환율, 성장률 등의 전망치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애초 174억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 추정치는 100억달러 아래로 크게 축소될 예정이며, 지난 2월 960원으로 한 차례 낮춰진 원.달러 환율 전망치 역시 또다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추세 등을 고려하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추정치가 100억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러나 수출이나 내수등 수요부문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반면 생산부문은 양호해 경제성장률의 경우 전망치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연구원의 기존 성장률 전망치는 4.7%(상반기 5.3%, 하반기 4.2%)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환율과 유가가 이미 예상 범위의 상한선에 임박했거나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전망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주원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 전망을 할 때 두바이유 기준 유가를 배럴당 평균 50달러대로 가정했으나 이미 임계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바이유 현물가는 지난 21일 사상최고 수준인 66달러선까지 치솟았다.
또 현대연구원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공식적으로는 980원으로 제시했었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950~960원선으로 낮춰잡은 상태다.
주 연구위원은 "환율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950원선을 깨고 내려간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면 전반적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연구원은 다만 올해 성장률의 경우 기존 전망치 4.5%가 '보수적' 판단이었던 만큼 다소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올해 환율 평균치로 960원, 하반기 최저 930원선을 예상한 삼성경제연구소도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자 긴장하고 있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기대로 본격적 원.달러 환율 하락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며 "960원인 평균 환율 전망치를 당장 수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연구소는 현재 수출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수출물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환율 및 유가 악재를 버티고 있으나, 환율 하락세나 유가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곧 한계를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연구소는 지난 2월말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기존 90억달러에서 32억달러로 대폭 줄였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4일 올해 경상수지 흑자 추정치를 기존 124억달러에서 41억달러로 무려 83억달러나 하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