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현재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논의 중인 국가부채 증액 문제가 해결되면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트너 장관이 사임하게 되면 출범 초기부터 오바마와 함께 했던 핵심 경제참모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모두 백악관을 떠나게 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가이트너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사임할 경우 그 시기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내년을 피해 연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오후 그의 사임설이 급속히 퍼지면서 워싱턴과 월가가 술렁거리자 웹케스트를 통해 "지금 이 나라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가까운 장래(foreseeable future)에는 계속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그가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조만간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이사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달 한 행사에서 "언제까지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는 "아주 좋은 질문이다. 요즘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취임한 가이트너 장관은 금융위기 수습에 이어 실업 문제, 경기회복 둔화 등에 따른 경제정책 지휘를 위해 휴일도 없이 일해온 데 따른 피로 누적을 호소해왔다.
가이트너 장관이 퇴진할 경우 현 정권 출범 때부터 합류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경제브레인'은 모두 물러나게 된다. 지난해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과 래리 서머스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이 백악관을 떠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오스턴 굴즈비 위원장이 8월 사임한 뒤 시카고대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WSJ는 가이트너 장관이 물러나게 되면 후임으로는 민주ㆍ공화 양당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로저 올트먼 전 재무차관, 어스킨 볼스 재정적자대책위원회 위원장,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비서실장, 잭 류 백악관 예산담당 국장 등이 물망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