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와 ‘전투전 증후군’

“노무현 대통령이 잘해 나갈 것 같으냐?” 대구에 사시는 기자의 70대 노모는 지난 연휴 기간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으셨다. “잘 해내야겠지요” 라며 얼버무렸지만 기자도 칠순 노모가 우려하시는 것만큼 마음이 무겁고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희망이 빛이 보이기는 커녕 곳곳에서 불협화음만이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각종 정책 기조는 수시로 바뀌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채 익지도 않은 정책을 섣불리 발표했다가 부랴부랴 후퇴 또는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제2의 경제위기론이 급속히 퍼지면서 대다수 서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도 노 대통령을 비롯한 그의 참모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전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국정운영 방향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전투전 증후군`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전투전 증후군은 군사적 용어로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병사들이 무기력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현대전에서는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장병들은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휴식도 없이 최악의 상황에서 연속적인 전투를 강요 받는다고 한다. 이때 병사들은 죽거나 부상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소음과 포탄파열 굉음, 그리고 인접 전우의 부상과 사망 등에서 불안과 공포 및 좌절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것이 누적될 경우 병사들은 전투전 증후군이라는 무기력 증상에 빠진다고 한다. 전투전 증후군에 빠지면 병사들은 정신적으로는 건망증 증세를 보이면서 할 일을 빠뜨리고 지시 받은 사항을 잊어버리고 집중이 안되고 허둥대고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입이 마르고 피로가 증가하고 입과 몸이 굳어버리는 초기 마비현상도 발생한다. 또 인접 전우의 사망이 자기 잘못이라고 흐느끼고 짜증과 신경질, 침울함과 긴장이 나타난다. 특히 일선 지휘관들이 판단착오로 통제를 잘 못할 경우 부대원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통제와 엄정한 군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며 군기 차원이 아닌 스트레스와 쇼크에서 오는 정신병적 차원에서 그 해결 방안을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의 전사들이 앞으로 장장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전투를 치르면서 행여 전투전 증후군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박민수(산업부 차장) mins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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