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을 저지하기 위해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호를 20일(이하 현지시간) 아덴만으로 급파했다. 이날 이란은 억류 중인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를 간첩 혐의로 기소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잠정 타결된 후 22일 후속논의가 시작되는 이란 핵협상에도 암운이 드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페르시아만에 주둔해 있던 루스벨트호와 유도미사일 순양함 노르망디호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걸프 해역인 아덴만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미 해군은 이날 별도성명을 내해 "예멘의 정정불안이 가중되면서 최근 며칠간 예멘 해역에 대한 미 해군력을 증강했다"며 "이번 해상안보 작전의 목적은 예멘 해역 해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익명의 해군 관리를 인용해 루스벨트호를 급파한 목적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이란의 후티 반군 지원을 막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실제 루스벨트호 급파는 지난주 말 이란이 후티 반군 지원을 위해 7∼9척으로 이뤄진 함대를 예멘 해역으로 이동시켰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뤄진 조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현재 이란이 후티 반군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지난 1월 쿠데타를 일으켜 친(親)서방 성향의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정권을 축출한 후 세력을 계속 확대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수니파 아랍 연합군은 지난달 말부터 후티 반군을 상대로 대대적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란은 지난해 7월 말부터 억류 중인 제이슨 리자이안 테헤란 주재 WP 특파원을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간첩죄는 이란에서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중죄다. 리자이안의 변호사는 그가 이란의 비밀정보를 수집해 '적국'인 미국에 협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터무니없는 일로 이란 당국은 즉각 간첩 혐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란의 WP 기자 억류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에 석방을 공개 요구하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한 예민한 사건이다.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22일부터 진행되는 이란 핵협상 후속 논의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마라톤 협상 끝에 기본 합의안을 마련한 서방 주요6개국(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은 최종 타결 시한인 오는 6월 말까지 대이란 제재 해제 조건과 시점, 이란의 우라늄 농축 유예 기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범위 등 난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