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올해 하반기에 넘어야할 산들은많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분야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고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야 하며 강남을 비롯한 일부지역의 부동산 가격 불안도 조용히 잠재워야 한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세계경기의 둔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산중턱에서 굴러 떨어질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데 있다.
투자활성화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효를 거둘지 불투명하며 부동산가격안정의 노력은 자칫하다가는 경기위축을 초래한다.
국제유가 고공행진과 위안화 절상 등 해외에서 날아오는 충격파에 대해서는 사실상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적 성과 달성에 매몰돼서는 안되며 근원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민간분야 투자 활성화에 집중
정부는 하반기에 민간분야의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중에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민간분야의 투자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부진이 고용위축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전반적인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재정조기 집행 등 공공분야의 노력만으로 끊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 민간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완화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필요하다면 세제.금융지원 방안도 강구하고 ▲중소기업 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중기들의 투자확대를 꾀하고 ▲ 공기업, 연.기금의 투자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대한 점검결과, 미진했던 분야가 투자였던 것으로나타났다"면서 "하반기에는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이 실효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기업들이 국내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서 더이상 적정한 수준의 이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 국제유가 한국경제에 충격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한국경제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는 것도 하반기에 정부가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27일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3.79달러로 지난주말보다 0.53달러 상승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이달초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한 뒤 최고치 기록을 계속 바꾸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기업들의 투자와 민간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뿐아니라 세계경제를 짓눌러 한국의 수출에도 타격을 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연구소들은 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13∼0.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대체 에너지 개발과 절약 등을 통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요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외에 비상시에는 강제적인 석유소비 억제책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강제적인 소비 억제책이 시행되면 ▲승용차 10부제 ▲백화점.쇼핑센터.할인점.자동차판매소 등의 조명사용 제한 ▲유흥업소의 네온사인 사용시간 제한 ▲골프장.스키장.놀이공원.영화관.대중목욕탕.찜질방 등의 에너지사용시간 통제 ▲승강기 격층 운행 등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부동산 문제 연착륙 중요
강남을 비롯한 일부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한국경제에 적지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부동산가격 급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전반적인 물가불안으로 이어지는 데다서민들에게 적지 않은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신도시건설, 강북개발 등을 통한공급물량 확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강화 ▲부동산 투기로 얻은 이익 엄격 환수 등의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가격 안정정책은 부동산 시장과 건설경기 전반을 위축시킬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부동산의 가격 급등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부지역의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전국 부동산시장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하나로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은 건설경기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근본적인 성장잠재력 확충 중요
이밖에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악재는 적지 않다.
연말에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세계경기의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는 계속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지자체장 선거,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정부의 정책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부초처럼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장 일정수준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보다는장기적으로 성장할 수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그동안 자본이나 노동 등 요소투입에 의존해 성장해 왔으나 이런 방식에 계속 기댈 수는 없다"면서 "경제시스템을 개혁하고 대외개방을 확대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란이후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부문은 대기업과 달리 구조조정이 덜 진행된 면이 있다"면서 "이들 분야에 대해서는 개방과 경쟁의 촉진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이 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