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기후변화와 조림사업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기준 6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73.9)·일본(68.2)·스웨덴(67.1)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림 강국이다. 불과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산지의 50% 이상이 민둥산이었고 유엔이 한국의 산림 황폐화를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화전(火田) 정리, 대규모 사방사업 등 적극적인 산림녹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결과, 1982년엔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2차 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할 정도로 산림을 회복한 모범적인 산림녹화 국가로 꼽힌다.

그런데 중요한 산림에 최근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도에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돼 10만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소나무 자생 적합지역은 점차 한라산 국립공원 내 고산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리산·한라산 등 남부지역 1,000m 이상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특산수종인 구상나무는 최대 군락지인 제주도에서 약 20%가량 고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뿐만 아니라 과수 재배지도 변화해 사과는 경기도 포천, 복숭아는 강원도 춘천, 녹차는 강원도 고성까지 북상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다. 아열대성 병충해인 소나무 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을 매개로 확산되는데 기후가 고온건조해지면서 솔수염하늘소의 개체가 증가한 것이 재선충병을 확산시킨 주원인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식생대가 북쪽으로는 약 150㎞, 높이로는 약 150m 정도 이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온 상승이 소나무와 구상나무의 생장, 과수 재배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연 상태로 둘 경우 소나무를 비롯한 특정수종의 생장저하가 나타나 소나무·잣나무 등의 침엽수는 점차 사라지고 참나무류가 점령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산림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같은 기후변화가 산림에 미치는 영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고려한 조림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벌채율은 전체 산림축적의 1% 정도에 불과해 산림은 고령화되고 신규조림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탄소흡수 능력이 크고 성장 속도가 빠른 속성림,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매스 생산을 위한 연료림 등 기후변화에 적합한 수종으로 조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장이 저해되는 수종을 적기에 대체함으로써 생태계의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연간 5~8%의 산림벌채와 함께 신규조림을 실시할 경우 현재 헥타르(ha)당 126㎥인 산림축적이 2100년에는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산림의 탄소흡수량 증가 및 임목 생산성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산림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인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주체이기에 산림 보호를 통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970년대 전국민이 동참해 산림녹화의 기적을 이뤄낸 것처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산림 보호에 대한 투자와 철저한 관리를 통해 또 다른 기적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