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듯한 5층 오사카성 무신정권의 위용 자랑하는 듯…

봄방학…학습·재미 곁들인 가족 여행지 日 오사카
왕궁·신사·백제의 혼 담긴 사찰… 마치 메이지 이전 거리로 착각
세계2대 테마파크·식도락은 덤… 귀국전 온천으로 쌓인 피로도 싹~

쇼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거주했던 오사카성.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파크 거리 전경.


봄방학이 시작됐다. 봄방학 중 자녀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휴식도 가질 수 있는 가족여행지는 없을까. 오사카(간사이) 자유여행이 답이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아는 게 중요해지고 있고 중국과 일본 중에 고르라면 겨울과 봄철에는 그래도 남쪽의 일본이다.

오사카 일대는 권력이 막부에서 왕권으로 복귀하고 수도가 교토에서 도쿄로 천도하게 되는 19세기 메이지유신 이전 일본의 중심지였다. 일본의 뿌리를 살펴보고 근본을 파악하려면 도쿄보다는 오사카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시내 안에 있어 아이들이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데우지 않은 천연 온천에서는 스트레스도 말끔히 날려버릴 수 있다. 특히 오사카를 중심으로 북쪽엔 교토, 동쪽에는 나라, 서쪽에는 고베가 붙어있고 대중교통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쉽게 돌아다니며 도시환경, 시민들의 삶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소 소원해졌다면 가족간의 간격도 좁힐 수 있다. 학습ㆍ재미ㆍ휴식ㆍ화목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장서 체감하는 일본역사 기행=일본 고대국가는 대략 4~7세기 야마토시대(수도 아스카), 8세기 나라시대(〃 나라), 9~12세기 헤이안시대(〃 교토)로 구분된다. 중세는 중앙권력이 약해지고 지방권력이 득세하며 무신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막부시대로 13~16세기에 가마쿠라막부ㆍ무로마치막부, 17~19세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막부 시대로 구분된다. 16세기말에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을 거의 통일 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완전히 통일하지만 권력은 최종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넘어간다. 우리나라의 무신집권기가 12세기 100년가량이라면 일본은 700년가량이나 된다. 우리가 '문(文ㆍ펜)'의 나라라면 일본은 무(武ㆍ칼)의 나라인 셈이다.

오사카 일대를 여행하면 메이지 이전 시대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교토 왕궁은 즉위식 등 왕가의 주요 의례가 지금도 행해진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관람신청을 한 후 가면 영어와 일본어로 안내 받을 수 있다.

쇼군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거주했던 오사카성과 교토의 왕궁은 면적은 거의 비슷하지만 구조는 천지 차다. 왕궁이 경복궁처럼 평면구조라면 성은 적들의 침투를 막기 위해 두 개의 커다란 인공호수(해자)에 둘러싸여 있다. 쇼군이 거주했던 성내의 천수각은 적이 침투하기 어렵도록 깎아지른 듯한 5층 구조로 건설돼 최상층에서 집무를 봤다고 한다.

힘이 없던 왕과 실권자인 쇼군의 관계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오사카의 시텐노지(四天王寺)는 일본 내 최초의 사찰로 쇼토쿠태자(성덕태자)가 지었다고 한다. 백제 건축기술자 유중광(공고 시게미츠)이 절을 짓는데 참가했고 그 후손들이 건축회사를 만들어 사찰을 관리ㆍ보수해오고 있다고 해 가볼 만하다. 교토에는 절만 2,000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산중턱에서 시내를 굽어볼 수 있는 기요미즈데라(淸水寺)가 최고다.

일본 왕궁 북쪽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10분가량 간 후 학문의 신을 받드는 신사 기타노텐만구에도 가볼 만하다. 서울의 도선사, 대구의 갓바위처럼 수험생과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성금으로 동전을 넣은 후 일종의 처마 밑에 달린 줄꾸러미를 흔들고 세 번 박수를 치고 기도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임진왜란 당시 전과를 인정받기 위해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 절여 가져가 무덤으로 만든 미미즈카(耳塚)도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둘러보는 곳으로 교토박물관 옆 민가 옆에 있다.

◇색다른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학생들은 역시 테마파크를 가장 좋아한다. 기존의 테마파크가 놀이기구ㆍ사파리ㆍ물놀이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면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영화를 테마로 한 놀이기구, 3Dㆍ4D 체험공간 등이 마련된 놀이공원이다. 디즈니랜드에 이어 세계 2대 테마파크로 불리며 미국 LA 할리우드에 처음 만들어진 후 미국에 총 2곳, 일본 오사카, 싱가포르 등에 진출해 있으며 한국에는 롯데그룹이 화성 송산그린시티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오사카 스튜디오의 경우 일본어로 스토리가 설명되고 배경 영화가 오래됐다는 점이 옥의 티지만 스릴이나 해외에서 보는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더, 쥬라기공원, 스파이더맨, 죠스, 백투더퓨쳐 등이 인기코너다. 초봄ㆍ겨울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 익스프레스카드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아도 오래 줄 서지 않고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좋다. 대체로 유니버설스튜디오 일정을 하루 잡지만 겨울에는 좀더 빨리 마칠 수 있다. 직접 연결된 지하철이 없고 오사카역에서 유니버설스튜디오로 가는 JR선 티켓을 구매해야 갈 수 있다.

◇온천에서는 찌든 피로 풀고=귀국 전날은 가능하면 온천에 들러 여행에 쌓인 피로를 풀어볼 만하다. 고베시 뒤쪽 롯코산 뒤에 위치한 아리마온센은 일본의 3대 온천이라고 거명되는 온천마을이다. 고베시는 지난 1995년 진도 7.2의 강진으로 수천명이 사망한 아픔을 겪은 도시인 만큼 마그마가 깊지 않아 온천이 발달한 곳이다.

일반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온천으로 금탕과 은탕이 유명하다. 하나만 이용할 경우 1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노천탕이 있는 일본 여관인 료칸에서 숙박하며 즐길 경우 더 좋겠지만 너무 비싸다.

지진 당시의 상황을 체험해볼 수 있는 지진박물관 '사람과 방재미래센터'는 이와야역에서 가깝다.

고베는 일본의 3대 무역항으로 아름답다. 고베지진으로 동아시아 허브 역할을 했던 이곳 물량이 부산항으로 옮겨가 부산항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고소쿠코베역에서 내려 지하도를 따라 고베역으로 이동한 후 지상으로 나와 조금만 더 가면 하버랜드 항구로 연결된다. 하버랜드 모자이크에서 바라보는 항구 전경이 가장 아름답다.

고베 뒷산인 롯코산을 전차나 케이블카로 올라가 보면 고베와 오사카, 그리고 오사카만 해안의 전경이 일품이다. 야경도 뛰어나고 여름에는 녹음 우거진 산의 경치와 정상에 있는 식물원도 돌아볼 만하다.

◇일본 최대의 식도락가 도톤보리=예부터 '구이다오레(먹다가 망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사카는 식도락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거리라고 불리는 도톤보리는 일본 제일의 다코야키 가게를 비롯해 금룡라면 등 하루 종일 맛있는 냄새가 끊이지 않는 그야말로 식도락의 거리다.

오사카와 고베는 운하와 간척이 발달된 도시다. 해안 곳곳이 매립돼 공장들이 들어서 있고 오사카의 '인천공항'인 '간사이공항'도 바다 한가운데를 매립해 만들었다. 오사카 한가운데를 흐르는 요도가와강의 지류로 오사카만을 연결하는 다양한 인공수로(운하)가 개설돼 있고 도톤보리도 운하를 따라 형성된 식당거리다. 거리나 역에 노숙자가 전혀 없고 주택가도 길거리가 매우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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