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관투자가에게 국채매입을 독려하는 등 창구지도를 다시 재연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26일 증권 및 투신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금리반등으로 은행,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이 장기채, 특히 국채인수를 꺼리자 이들 기관에 매주 전화를 걸어 국채 매입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27일 발행예정인 3년만기 양곡채 입찰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국고국에서 각 투신사에 협조를 당부했다. 금리추가상승을 우려해 장기채 매입을 자제하고 있던 투신사들은 이 요청에 따라 울며겨자먹기로 25일 입찰에 참여, 2,261억원규모의 양곡채가 7.5%선에서 무난히 소화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의 5년만기 국고채 발행때도 은행들에게 연락, 입찰에 참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재경부의 협조요청을 받은 은행들의 적극적인 응찰로 7,000억원규모의 국고채는 쉽게 팔렸다.
은행,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금리가 반등하고 추가로 오를 기미를 보이자 투자메리트가 떨어지는 장기채 매입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이 떨어져 그만큼 손해를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채권부 관계자는 『최근 금리반등은 정부의 성급한 경제성장 낙관론과 시장개입이 빌미가 된게 사실이다』며 『금리를 불안하게 해놓고 이제와서 투자메리트가 적은 국채를 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투신사 채권운용부 관계자도 『금리가 추가상승할 소지가 많은데 누가 장기채인 국채를 사겠느냐』며 『장기채 수요기반을 넓히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데 창구지도에만 매달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