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기획한 벤처정책 연구시찰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본 벤처산업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다이렉트 마케팅과 머천다이징으로 벤처비지니스의 신화를 창조한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를 살펴봤다. 또 정보통신업계의 떠오르는 새별 AKIA사, 신나천사이언스파크 등 벤처산업 집적기지와 여러 지원기관들을 두루 시찰했다. 1주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하고 새삼 느낀 것은 「세계는 무섭게 변하고 있구나. 정말 큰일났다」는 것이었다.
지금 세계는 21세기 고도정보화시대를 향한 혁명이 진행중이다. 이른바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제3의 혁명이다. 그 와중에 선진국들의 정보미디어 세계제패를 위한 도전과 각축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으면 맘껏 기업하고 또한 창업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 가운데 하루가 다르게 상식을 부수는 이단과 천재들이 태어나고 있다. 그들은 백만장자의 꿈을 키우며 일과 비즈니스에 미친 또다른 빌게이츠이며 손정의다.
그들이야말로 신산업을 창출하는 벤처기업가들이며 이시대 변혁의 패자들이다. 그들이 있어 미국사회는 얼마나 새롭게 활력을 되찾았는가. 창의적 중소기업의 활력을 기반으로 일본에 뒤쳐졌던 산업경쟁력을 역전시키지 않았던가.
여기에 일본은 또 얼마나 놀라서 재역전의 드라마 연출에 여념이 없는가.
정부와 민간이 다같이 벤처기업을 경제활력의 원천으로 인식, 제3의 벤처붐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이 주도했던 금융마켓을 21세기형 신규사업 벤처기업에 돌리고 연구개발형 중소기업의 창업·성장지원을 위한 인큐베이터, 정보서비스 등 각종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기업가자본주의」, 「벤처중소기업 우위시대」란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아직 일본에서는 벤처붐이 그다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보수적 경영방식을 선호하는 일본의 기업문화에 그 원인이 있는 듯 싶다. 그런점에서 걸러진 중지나 기존의 관행과 축적된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개인의 독창성·모험심·순발력이 요구되는 벤처기업에선 일본이 우리보다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승부욕이 강하고 보다더 도전적 기업체질을 갖춘 우리가 노력한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바로 일본벤처기업이 던져주는 시사점이다.
21세기는 정보가 제조·유통·소비를 이끌어가는 시대라고 한다. 정보사회혁명을 이룩해 가고 있는 산업구조조정의 일대 전환기에서 강경식·김인호 경제팀이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붐과 독창적 승부에 큰 획을 긋는 일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