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력이 성장동력이다] 기술중시 문화 확산시키자 '프로슈머' 양성 기업이 앞장서라"안티 아닌 우호세력" 인식 전환 시급전문가수준 지식갖춰 '기업사활 좌우' 각계 참여 늘리고 정부 예산지원 필요 최수문기자 chsm@sed.co.kr 관련기사 [기술인력이 성장동력이다] 선진국선 어떻게 하나 프로슈머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렸던 U-프로슈머 페스티벌.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과 방청객들은 국내 프로슈머 활동에 대한 긍ㆍ부정적인 여러 쟁점들을 쏟아냈다. "프로슈머는 양날의 칼이다. 기업들은 프로슈머들의 간섭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고 불평하지만 이들의 참여로 제품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프로슈머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한국은 이미 세계 정보기술(IT)제품 시장의 시험장(테스트베드)이 됐다. 우리 프로슈머가 한국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긍정적인 얘기만 나온 것은 아니다. "기업기밀이 외부인에 노출될 위험과 자신의 업무영역이 침해 받는다고 생각하는 기업내부 연구자들의 반발 등 프로슈머의 부정적 면도 없지않다." 프로슈머(Pro-sumer)는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1971년에 쓴 '미래의 충격'에서 처음 사용한 말. 생산자를 뜻하는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제품기획에서 판매에 이르는 기업의 모든 활동에 참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우리나라에 개념이 도입된 것은 90년대말이다. 프로슈머로 인해 이미 기술인력 등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기업으로서도 외부 소비자의 비평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아예 프로슈머들을 자사의 '기술인력'으로 직접 고용하기도 한다. 이는 소비자의 시각으로 봄으로써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가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수기술인력의 양성이 중요하지만 사회와 분리된 '기술분야' 인력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사회적이나 심리적으로 기술인력들이 제대로 존중받을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기술인력들은 산업역군으로 불리며 경제개발의 핵심을 담당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기술인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따라서 기술중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수 기술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기술인력을 중시하고 기술인을 우대하는 기술문화 확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국산업기술재단에 따르면 기술동호회 지원등 지난해 정부의 기술문화 지원예산은 전체 산업기술개발예산의 0.5% 수준인 57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기술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문화확산 노력의 부재가 초래한 현상이다. 기술인력 대 비(非)기술인력ㆍ일반인의 대립관계가 아니라 기술이 생활문화로 뿌리내리며 사회의식 속에서 융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문화 확산노력과 함께 프로슈머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방적인 기술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직접 나섬으로써 기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김창경 대학산업기술지원단장(한양대 교수)는 "경제성장ㆍ인적자원의 혁신을 위해 프로슈머 등의 방식으로 일반국민도 기술에 대한 전문가적 소양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프로슈머가 생산자 기업과 연결될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90년대 말 스포츠카 초기시절 현대자동차의 티뷰론 운전자 동호회원들이 후속모델인 투스카니 제작에 직접 참여,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자동차를 만들어내도록 한 것이 프로슈머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디지털카메라 등 IT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유통 등 서비스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다만 기업비밀을 누설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는 등 부정적인 면은 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지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프로슈머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에도 깊이 관여하는 새로운 소비자 유형"이라며 "네크워크의 발달, 제품에 대한 준전문가적 지식보유는 프로슈머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지금 세계최강의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데는 출시된 IT제품에 끊임없이 비평하고 시정을 요구한 프로슈머 집단이 있었다. 프로슈머는 이미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수출이나 해외제품의 국내수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프로슈머 활동이 한국을 세계 IT산업의 테스터베드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프로슈머 활동이 아직 대기업 위주로 펼쳐지는 것이 한계이기도 하다. 생산규모가 작은 기업 가운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반응을 얻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김찬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과)는 "아직은 프로슈머 커뮤니티에 여성이 참여하는 비율은 10% 정도로 적은 편"이라며 "여성ㆍ아동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7/12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