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증시에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수익률이 외국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들은 펀드자금이 빠져나가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ㆍ두산인프라코어 등 실적개선 종목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외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27일 삼성증권이 올해 국내증시의 투자주체별 주요 매수종목 수익률을 계산한 결과 기관투자가들이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56.7%로 코스피지수 상승률(20.6%)의 3배에 육박했다. 기관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20개로 늘리면 수익률이 61%에 달하고 30개 종목은 59%나 됐다.
펀드 환매에 따른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관들은 될 만한 종목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률이 오히려 외국인을 뛰어넘었다. 올 들어 기관들이 많이 산 종목은 현대중공업과 우리금융ㆍOCIㆍS-OILㆍ삼성증권 등이었다. 상위 30개 종목까지 확대하면 외국인이 ITㆍ자동차ㆍ화학ㆍ조선 등을 선호했다면 기관은 조선ㆍ은행ㆍ증권ㆍ건설 등에 공격적인 대응을 했다. 기관들이 산 종목 가운데서는 현대중공업이 한해 동안 153.6%나 오른 것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102.3%), 두산인프라코어(70%), S-OIL(68.1%) 등의 오름폭이 컸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종목별로 수익률 편차가 나기는 하지만 시장 비중보다 과감하게 더 가져갔던 종목들이 전반적인 상승장에서 기관투자가에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내기는 했지만 기관들의 성적에는 다소 못 미쳤다. 외국인 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50.9%로 기관보다 5.8%포인트 낮았다. 20개 종목은 56.9%, 30개 종목 수익률은 49.6%로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는 높았지만 기관의 선전에 빛이 바랬다. 외국인은 올 한해 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차ㆍ현대모비스ㆍLG화학ㆍ기아차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골고루 사들였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은 13.7%로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저조한 것은 물론 코스피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포스코ㆍ하이닉스ㆍ삼성전기ㆍ삼성생명ㆍ한국전력 등이다.
지난 2009년 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외국인이 100.48%로 기관(81.53%)을 크게 앞섰었다. 개인의 경우는 37.35%에 그치면서 당시 코스피지수 상승률(49.65%)을 밑돌았다.
황 연구원은 "투자주체들의 매수종목과 수익률을 봤을 때 강세장에서는 잦은 매매보다 주도주를 계속 보유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외국인보다 국내 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개인의 시장참여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