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아트마케팅

자사 이미지 노출 주력하던 과거 방식에서 한단계 발전
브랜드 직접 드러내지 않는 명품 전략으로 공공성 추구

아트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서울 홍익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 마련된‘헨켈이노아트프로젝트’에 참가한 윤동천의 작품을 관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서울 홍익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지난달 29일 '순간의 접착'이라는 제목의 기획전이 개막했다. 설치작가인 윤동천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와 퍼포먼스 작업으로 유명한 홍성민, 그래픽디자인 듀오인 '슬기와 민'까지 세대와 활동장르가 각기 다른 이들을 한 공간에 모은 것은 생활ㆍ산업용품 기업 헨켈과 루프가 손잡과 기획한 '헨켈 이노아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작품이나 전시장 어디에서도 헨켈과 관련된 CI나 로고, 제품이미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번 전시에는 헨켈의 주요 제품이 접착제라는 점에서 발굴해 낸 '접착'이라는 대주제가 주어졌을 뿐이다.

'슬기와 민'은 접착제 록타이트의 알록달록하고 둥근 모양에서 착안해 노출콘크리트로 제작된 전시장 벽면을 색색의 동그라미로 채웠다. 하지만 단순한 색 넣기는 아니며 패키지 번호를 알고리즘으로 배열해 "공간이나 일상상품 속에 숨어있는 패턴의 질서,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홍성민 작가는 분리와 접착, 생(生)의 분열이라는 주제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처럼 예술과 손잡는 기업의 '아트마케팅'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예술과 작품을 통해 자사 이미지를 노출하려는 게 주력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는 명품전략처럼 '조용한 공공성 추구'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손쉽고 1차원적인 아트마케팅은 작품 속에 제품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등장하게 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예술가와 기업이 협업해 희소성과 독창성을 높이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ㆍ협업)이 늘어났다. 루이비통이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와 일본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공동작업으로 멀티컬러 라인을 출시한 성공사례가 있으며 국내의 경우 이동기 작가는 삼성 갤럭시ㆍ아모레퍼시픽 헤라 등의 패키지 디자인, 홍경택 작가는 코오롱스포츠의 등산용지팡이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예술과 손잡은 기업 브랜딩도 활발하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명작 이미지를 강조해 예술가와 협업한 광고를, BMW는 지난 37년 동안 앤디 워홀부터 제프쿤스까지 총 17명의 작가를 통해 '아트카'를 제작해 선보였다. 국내기업 미스터피자의 경우 사석원ㆍ강영민 등 국내작가와 손잡고 사옥리노베이션ㆍ패키지제작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미래의 아트마케팅 전략으로는 가시적 성과보다 예술에 대한 장기적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 예술과 기업이 '동반성장'하며 공공성을 실현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헨켈이노아트프로젝트를 기획한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는 "그동안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목적에 부합되게 작가의 재능이 투입된 아트마케팅이 주류"였다며 "이제는 예술성과 실험성이 기업의 대중성과 만나 '공공성'을 실현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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