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노동 개혁안 통과

해고 간소화… 실업자 복지 확대
정상회의서 몬티 입지 넓어질 듯

마리오 몬티(사진)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해 11월 취임한 후 줄기차게 주장해온 노동개혁안이 7개월여의 내홍 끝에 결국 의회를 통과했다. 28일(현지시간) 개최될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몬티 총리가 국내의 지원사격을 받게 됨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이탈리아 하원은 노동개혁안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찬성 393명, 반대 74명, 기권 46명의 압도적인 지지로 개혁안을 승인했다. 상원은 지난달 말 이미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개혁안은 고용유연성과 일자리 보장을 함께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고용주의 노동자 해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청년층의 고용을 위해 인턴 후 정규직 채용제를 도입하며 ▦실업자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EU 등은 이탈리아의 경직된 고용구조가 역내 최고 실업률과 생산성 저하의 주원인이라며 개혁을 촉구했다. 몬티 총리도 취임 초부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날 표결 전에도 "정상회의에서 의회와 정부가 합심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파를 초월한 협조를 요구했다. 결국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강력히 반대했지만 정상회의에서 많은 지원을 얻어내야 한다는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압도적인 표차로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해법의 열쇠를 쥔 독일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채시장 안정을 위한 단기적 조치조차 도입할 수 없다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가 견고한 국가경제 기반을 닦아나가고 있다"며 호평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의회 표결이 있던 이날 노동계 시위대가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의회로 행진해 경찰이 진입을 차단했으며 재계 또한 고용비용이 늘어나게 됐다며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표결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마우리치오 산토리 루이스대 노동법 교수는 "정부가 필요에 따라 노동법을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정상회의 이후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이번 표결은 과실만을 노린 '꼼수'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회의론이 확산되자 이날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6.204%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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