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전망보고서] 재정적자 장기화 위험성 경고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을 한발 앞서 전달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정적자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KDI는 14일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지금은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남미국가들처럼 제2의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KDI는 우선 구조조정 비용이 당초 예상을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재정이 건전했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건전하지 않다는 현실진단도 함께 제시했다. 한마디로 정부부문과 재정부문의 획기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취약한 재정때문에 제2의 외환위기가 닥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상황은 남미국가들과 다를 바 없다 = 정부는 『우리나라 재정은 그동안 건전기조를 유지해왔고 그 때문에 당장 몇년동안 적자재정을 편성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고 강변해왔다. 워낙 기초체질이 튼튼해 재정적자를 탈출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KDI 심상달(沈相達)연구위원은 『현재 재정은 건전하지 않다』며 『추가로 재정적자가 늘어날 요인이 많다』고 우려했다. 沈연구위원은 예금보험기금채권,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등 공공부문의 채권규모가 이미 과다하며 잠재적 기업부실규모를 볼 때 구조조정을 위한 공채발행규모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저성장·저물가로 세입이 줄어드는 반면 실업대책등 줄이기 힘든 세출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연금기금의 지급이 시작될 경우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 재정에서 메꿀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중의 금리수준이 높아 국공채발행에 따른 재정지출이 선진국들에 비해 과다하다는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정부 재정이 악화되면서 대외신인도 하락과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은 브라질과 다를게 없다는 결론이다. ◇구조조정비용이 한없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 정부가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금융구조조정에 나섰으나 그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지금처럼 부실대기업이나 재벌의 부실계열사가 퇴출하지 않은 채 마냥 버틸 경우 신용경색은 도저히 풀수 없다. 이는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압력 확산→기업부도와 부실채권 확대→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게 KDI의 공식의견이다. 이런 악순환이 발생하면 부실이 급속히 증가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구조조정비용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향후 금융부실 규모를 100조원으로 추정하고 구조조정 비용을 64조원수준으로 추정, 정책을 집행중이다. 그러나 부실규모를 너무 적게 잡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도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국내총생산(GDP)의 40%(177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을 정도다. 沈연구위원은 『금융부실 100조원은 정부 생각일 뿐』이라며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한결같이 구조조정비용을 지출할때마다 규모가 늘어 애를 먹을 것처럼 우리나라의 재정지출규모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의 병행추진이 중요하다 = KDI는 구조조정비용이 우리경제의 능력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구조조정과 디플레이션방지 정책을 병행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발생한 기업·금융부실을 신속히 정리하고 확장위주의 거시정책으로 새로운 부실발생을 억제하며 엄격하고 효율적인 재정관리와 획기적인 정부·재정개혁으로 건전한 재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초기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재정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구조조정에 과감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론 법적효력이나 절차 내용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워크아웃방식보다 특별법을 제정, 부실기업 처리를 신속히 하도록 제안했다. 또 부실채권 정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리기관간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업공사를 부실채권처리전담은행(배드뱅크)으로 확대 개편하는 동시에 개별은행도 배드뱅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 서로 경쟁토록 하자는 것. 국채발행시 시장금리 상승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공개시장을 통해 인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실효성없는 실업대책도 대폭 손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업자대부나 해고회피지원등은 축소하고 남는 돈은 신용보증기금에 출연, 중소기업 여신을 확대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재정적자 고착화를 막아야한다 = 재정적자가 고착화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구조조정지원 이외의 재정지출을 억제하면서 획기적이고 강도높은 정부·재정개혁으로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조직의 혁명적인 개혁으로 씀씀이를 줄이자는 것. 치밀한 중기재정운용계획도 필요하다. 공채발행규모가 64조원 수준에서 더 늘지않을 경우에도 이자부담만 매년 8조원에 이른다. 실업대책등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데도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적자를 보전하기위해 매년 10조원이상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KDI는 이번 경제전망에서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를 내놨다. 내년에 잘되면 2%, 못되면 마이너스1.5%의 성장률을 보인다는게 골자다. 그러나 재정지출 확대와 물가불안, 재정적자 고착화, 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제2외환위기로 이어지는 제3의 시나리오는 발표하지 않았다. 충실히 대비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앞의 두가지 시나리오보다 훨씬 높다. 【손동영 기자】 <<영*화 '트/루/먼/쇼' 16일 /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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