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위 경제대국 됐다] 고속성장 계속되나

13억 인구의 힘… '세계의 공장'서 '세계의 시장'으로
현 성장세 유지땐 2030년 美 제치고 GDP 세계1위 넘봐
최대 외환보유액으로 원자재시장 좌지우지 금융질서 조각자 부상
빈부격차·금융부실 등 적절히 대처 못하면 일본식 거품붕괴 우려도


중국 경제의 브레이크 없는 고속 질주는 계속될 것인가. 개혁개방 이후 30여년간 부단 없는 두자릿수 안팎의 고속성장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향후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끄덕 없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오는 2030년 전후에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앞지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기존의 생산성 지표에 이어 막대한 인구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가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선진국의 단순한 하청 생산기지가 아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등극한 것이 상징하듯 제조업에서부터 금융 등 서비스산업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유수 다국적기업들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필사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막대한 시장과 2조8,500억달러의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국제 원자재시장과 글로벌 금융질서의 새로운 조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노펙 등 거대 국영기업이 중앙아시아ㆍ남미ㆍ아프리카 등 세계 도처의 원유ㆍ철광석 광산을 무섭게 매입하는가 하면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채를 사들이는 등 국제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위안화의 국제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아빈드 수브라마니안 경제학자는 "중국이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가 상품시장은 물론 금융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부신 고속성장 과정에서 파생되거나 가려진 빈부격차, 잠재 금융부실 등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의 성장과실이 위협 받는 것은 물론 1990년대 초의 일본식 거품붕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먼저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서부터 철강ㆍ시멘트 등 전통 업종부터 심지어 신성장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 태양광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풍력발전 설비에 이르기까지 주요 산업의 버블과 공급과잉이 한계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30% 안팎에 치달을 정도로 과열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급락과 연계된 금융부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의 공식 은행 대출 발표치는 7조위안대였지만 숨겨진 대출까지 포함하면 실제 10조위안에 육박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철강은 연간 실제 소비량이 5억톤 정도인데 지난해 생산능력은 7억톤을 넘어섰고 태양광 산업도 과잉생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 작업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위안화 거래를 개방함으로써 기축통화의 지위에 다가설 수 있지만 자본ㆍ외환시장의 빗장을 열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숨겨졌던 금융시스템의 부실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총합으로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빈부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어 글로벌 경제환경 악화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성장의 수레바퀴가 움직일 경우 대량 실업과 이에 따른 사회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중국 공산당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하고 산업구조의 질적 고도화와 함께 수출 주도의 성장모델에서 내수 주도의 성장모델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를 위해 노동자 임금 인상, 사회복지 시스템 확충 등에 전력하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0대 상위기업에 공상은행 등 4개 국영기업이 포진해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글로벌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못한 점도 중국 기업 경쟁력의 현 주소를 대변해준다.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지만 유엔 기준으로 하루 수입이 1달러 미만인 최극빈층이 3억명이 넘을 정도로 세계 최대 빈자를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