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12월 15일] 공동전선, 車업계의 재편방안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는 1년 전 "경제위기로 2년 안에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절반으로 줄어 6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몇 주 후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와 제휴를 맺는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너무 많은 업체들이 너무 많이 생산한 탓에 공급과잉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 급감은 오랫동안 지체된 산업전반의 개편 움직임을 미리 예고하는 듯하다. 그러나 자동차업체와 각국 정부는 경제위기가 잠잠해지자 예전의 안이한 자세로 되돌아왔다. 미국과 유럽ㆍ아시아 정부는 자국 업체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과 보조금 등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엄격한 경영합리화 등의 조치가 거의 없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절반가량을 지배하는 재벌 일가는 업계 경쟁자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지만 그들의 상속권이나 브랜드 유산을 포기하는 것에는 지금까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이 지난주 스즈키와의 업무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두 회사는 서로의 주식을 인수하고 소형차 분야 및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주로 협력하게 된다. 이에 앞서 불과 1주일 전 푸조시트로앵은 미쓰비시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마르키온네의 예측이 아직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에서 향후 수년간 추가적인 인수 및 합병 가능성은 엄연한 사실이 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친환경 차량으로의 소비흐름 변화와 아시아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라는 두 가지 거대한 트렌드를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려면 업체들은 공동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모델 하나 개발하는 데 5억유로(약 8,500억원) 이상 들어간다. 푸조ㆍ포드ㆍBMW 등 고집 센 오너 가문도 이제 서로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엄청난 지원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방관자로 남을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원의 대가로 자동차산업의 재편을 요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6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실행하면서 푸조시트로앵과 르노의 합병기회를 놓쳤다. 독일 정부는 피아트의 오펠 인수를 거부했지만 (정부가 선호한) 마그나 컨소시엄의 인수도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가 진정 자국 업체들을 돕고 싶다면 새로운 트렌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불가피한 흐름을 억지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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