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 임금체계 개편에 속도를 낸다.
이르면 내년 1~2월 노동계·산업계·정부가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함께 논의할 대화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르면 내년 1월 중 노사정위원회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를 띄워 임금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기상여금과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몇몇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며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의 지도부선거가 끝나는 시점(내년 1월22일)에 맞춰 특위를 최대한 빨리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정위는 현재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에 참여할 공익위원(전문가) 10명을 이미 확정한 상태이며 당장 다음주부터 공익위원들은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먼저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1~2월 안에 노사 대표가 참여하면 본격적으로 특위가 출범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체계 개편을 고용노동부 직속 임금제도개선위원회 논의→노사정위원회 노사 의견 수렴→법·행정지침 개정의 3단계로 추진해왔다. 지난 6월 출범한 임금제도개선위원회는 이미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으며 내년 초 특별위원회 출범 계획이 나오면서 노사 의견 수렴의 2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특별위원회에서의 임금체계 개편 방향은 크게 △복잡한 임금구성 단순화 △능력·성과에 따른 보상 강화 △근로시간 단축 세 줄기로 나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에 따라 각종 수당이 10~20개에 이르는 임금 구성을 기본급 위주로 단순하게 개편할 계획이다. 복잡한 임금체계는 근로자의 실질적인 임금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기본급이 억제돼 초과근로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개혁의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산업현장의 해묵은 숙제였던 능력·성과 중심 임금체계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무연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증가하는 우리나라의 연공급 임금제는 근로자의 능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이 잘 이뤄지지 않아 노동생산성 하락 등 비효율을 초래해왔다.
또 국내 산업계에 고질적으로 퍼져 있는 장시간근로 개선 방향도 함께 다룬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근로시간이 가장 긴 관행을 개선하라는 것은 노동계의 오랜 요구사항 중의 하나였다. 기업도 대법원 판결로 초과·연장근로수당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특별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기업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 등도 함께 고민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과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노사정의 합의가 도출되면 고용부의 행정지침과 법 개정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기획재정부·산업부·고용부·중소기업청 등 범부처 차원에서의 임금체계 개편 방안과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는 '단순히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니 임금을 더 늘려야 한다'가 아니라 이번 기회를 계기로 노사가 힘을 모아 불합리한 임금체계와 근로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뜻"이라며 "노사가 소송과 같은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대화와 협의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