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일부를 의무보호예수 기간(6개월)이 끝나는 대로 처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25일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중 일부를 파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SDS 주식 중 오너 일가 지분의 정리와 관련된 언급이 삼성그룹 내부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상장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내년 5월 중순 이후 보유 지분 중 일정 부분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무보호예수는 신규 상장되거나 인수·합병·유상증자가 이뤄진 기업의 주식에 대해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이 일정기간 보유 지분을 매매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사장은 각각 3.90%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 삼남매의 지분 합계는 19.05%에 달한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지분 정리 의향이 앞으로 삼성SDS 주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앞으로 이 부회장이 선택 가능한 지분 정리 방법으로 삼성SDS 지분을 삼성전자 또는 삼성전자에서 분할되는 지주사 지분과 교환하는 시나리오 등을 떠올리고 있다.
삼성SDS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상당수 증권사가 40만∼50만원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최대 60만원까지 제시한 곳도 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지분 정리 가능성이 현실화한다면 목표주가를 높게 지탱해온 ‘오너 프리미엄’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계 증권사인 CLSA는 최근 매도 추천 보고서를 통해 삼성SDS 주식 중 오너 지분의 정리 가능성을 거론하며 목표주가를 25만원으로 낮게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SDS의 사업성 자체는 앞으로 3년간 연평균 10%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IT(정보기술) 부문의 전망 등에 비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오너 일가가 지분을 처분할 경우 그룹 차원의 지원 등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CLSA는 “삼성SDS는 그룹 물류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향후 3년간 주당순이익(EPS)이 연평균 19%씩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종적으로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모두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오너가의 지분 정리 방침이 명확해질 경우 상장 직후 과열 양상을 보여온 삼성SDS의 주가 상승세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SDS는 상장 당일 공모가(19만원)의 2배인 38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가 차익시현 매물로 시초가보다 14% 하락한 32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6거래일 연속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면서 24일 종가는 40만4,000원에 마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