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개도국-신흥시장 연결 'FTA 허브'로

[한·EU FTA 영향은] 경제효과 얼마나
기업 활동무대 넓히고 시장 선점 기회… EU와 교역규모 984억弗서 크게 늘듯
자동차·전자·섬유 수출증가 효과 크고 기계·정밀화학등 미·일 의존도 낮아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일차적으로 EU라는 세계 최대 시장의 빗장을 풀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우리나라가 FTA 후발국에서 아시아ㆍ북미ㆍ유럽이라는 선진국ㆍ개도국ㆍ신흥시장을 모두 연결하는 FTA의 허브로 거듭나게 됐다는 데 있다. 또 일반 국민들에게는 세계적으로 앞선 제품을 만드는 EU의 의약품과 자동차ㆍ의류 등 공산품, 와인ㆍ치즈 등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선진 금융ㆍ법률ㆍ회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계 최대 시장 형성, 아시아와 EU를 연결하는 허브 구축=27개국으로 구성된 EU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008년 기준 18조4,000억달러로 미국(14조3,000억달러)이나 일본(4조9,000억 달러)을 크게 앞선다. 때문에 한ㆍEU의 경제 규모(19조3,000억달러)도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를 연결하는 NAFTA(16조9,000억달러)보다 크다. 한ㆍEU FTA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경제적 무대를 한층 넓혀준 셈이다. 또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중국에 앞서 EU와 FTA를 체결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로 EU와 아시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EU는 선진 경제국에서 신흥국까지 다양한 시장이 함께 공존한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다양한 시장과 투자기회가 열린 셈이다. 최근 EU에 가입한 헝가리ㆍ체코ㆍ폴란드 등 중ㆍ동부 유럽국가들의 신흥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EU와의 무역 크게 확대, 미국ㆍ일본 의존도 완화=2008년 EU와의 교역 규모는 총 984억달러로 전체 교역량의 11.5%를 차지했다. 중국(1,683억달러)에 이은 두 번째 큰 규모로 미국(847억달러), 일본(892억달러)을 크게 앞선다. 무역수지도 2003년 55억달러에서 2008년 184억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EU와의 FTA가 시행되면 교역 규모와 무역수지 흑자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품목별로는 자동차ㆍ전자제품ㆍ섬유 부문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EU의 시장 규모가 미국보다 큰데다 관세율(3.8%)도 미국(3.2%)보다 높아 FTA 체결에 따른 가격인하ㆍ시장확대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관세율이 10%로 미국(2.5%)의 네 배다. 평판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 섬유, 기계, 석유화학 등의 품목도 수출증대가 기대된다. 반면 기계ㆍ정밀화학 분야는 독일과 프랑스 기술이 일본과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어 수출이 늘면서 일본ㆍ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EU의 농업 분야 경쟁력은 미국과 달리 돼지고기ㆍ낙농품ㆍ닭고기 등의 분야에서 강해 우리나라 축산 농가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서비스업의 시장개방으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기존 업체와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EU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높고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ㆍ영상기기ㆍ섬유 등의 관세율은 최대 12~17%"라며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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