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선심성 경기부양책 논란

여야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부양을 위한 선심성 민생ㆍ경제정책을 내놓고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침체된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혼란이 가중되고 공연한 서민경제만 멍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경기진작을 위한 정책수단을 놓고 각각 `재정지출 확대`와 `대폭적인 감세`로 대립하면서 경쟁적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1차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또는 2차 추경안 편성 계획을 흘려왔다. 민주당은 또 자동차 등의 특별소비세 인하 방침도 내놓았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내년까지 2조2,000억원의 국민 세부담 경감을 위한 소득세ㆍ특소세와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뚜렷한 재원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1차 추경 규모 증액이나 2차 추경편성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민주당은 국채발행을 통한 적자재정에 반대하고 아직 지난해 결산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30%를 공적자금 상환에 쓰도록 돼 있는 세계(歲計)잉여금이나 10%를 적립하도록 돼 있는 한국은행잉여금까지 끌어다 1차 추경 재원으로 사용해놓고 1차 추경 증액 또는 2차 추경의 무슨 재원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1차 추경안에 대한 국회 본격심사에 앞서 정부안 4조1,775억원중 1조원 정도의 삭감 방침을 밝히자 정부와 민주당이 이를 상쇄, 정부원안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목표로 1차 추경의 1조원 안팎 증액 또는 2차 추경 방침을 밝힌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또 정부가 연말을 시한으로 특소세 인하계획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달 초 불쑥 특소세 인하 방침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바람직하며 감세는 별로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이 세부담 경감이란 측면에서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소세 인하안을 들고 나오자 곧바로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았다. 이 감세안은 이미 부분적으로 공개된 것인데다 정부와 민주당이 시기만 다를 뿐 대체로 공감했던 것으로 내년까지 국민 세금부담 경감규모가 2조2,000억원이라는 포장만 다시 꾸려 발표됐다. 한나라당은 특소세의 경우 민주당이 자동차와 PDP TV, 프로젝션 TV만 인하대상으로 제시했으나 에어컨ㆍ온풍기 등 전자제품 일체를 포함, 향락ㆍ오락산업을 제외한 모든 품목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특소세에 근로소득세와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안까지 내놓아 민주당의 `선심정책`에 물타기하며 감세 주도권을 확보했다. 정부는 정치권의 이 같은 주도권 싸움의 틈바구니에 끼어 경제정책 운용 기조와 정책추진 일관성에서 크게 흔들렸고 급기야 8일 국회 재경위원장실에서 열린 여ㆍ야ㆍ정 정책협의회에서 소득세ㆍ특소세 인하안과 추경안 일괄처리로 물러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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