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손실' 재량권? 배임죄?… 해외자원비리 법정공방 개시

강영원 前 석유공사 사장, 첫 공판서 배임혐의 부인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4,000억여원의 국고손실을 내 재판에 넘겨진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17일 "그 정도 투자 결정은 기관장의 정당한 재량권"이라며 배임 혐의를 부인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재량권이냐 배임죄냐를 놓고 강 전 사장 측과 검찰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강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이 회사의 부실계열사 사업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인수를 강행, 3억5,400만(약 3,975억원)~4억9,1000만달러(약 5,513억원)의 국고를 낭비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김동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강 전 사장 측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혐의를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베스트 전체 인수금액 40억5,600만달러(약 4조5,500억원) 가운데 부실인수금액이 4,000억여원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인데 이 정도 금액은 규정상 사장의 재량 범위 안에 있다"며 "석유공사 내부 규정에 인수합병(M&A) 협상 과정에서 인수금액의 10% 정도는 사장이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재량권 10% 주장은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은 강 전 사장이 기관장 경영평가점수를 잘 받으려고 부실계열사 날(NARL)에 대한 적절한 검증 절차 없이 인수를 강행했다는 것"이라며 "기관장 재량권 10%가 있다는 게 10% 범위 안에선 사업성 검토 없이 부실투자를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비리 관련 에너지공기업 사장으로는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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