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적도 지나는 범선/무풍지대 만나면 아사 속출/바람 기원하는 제사 지내「심청전」을 보면 효녀 심청이 공양미 3백석을 얻기 위해 뱃사람에게 몸을 팔아 인당수에 제물로 바쳐진다. 뱃길이 거친 인당수에 심청이 뛰어 들자 바다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져 무사히 항해를 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 또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항해장비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는 흔했다. 거친 바다에서 뱃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의 자비」를 구하는 길 뿐이었던 것. 이같은 뱃사람들의 의식은 지금도 있다. 다만 처녀나 노예대신 돼지머리를 사용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
지금도 뱃사람들은 적도지역을 지날 때는 한차례 의식을 한다. 소위 「적도제」라는 고사다. 적도제의 유래는 약 2백여년전인 범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세기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범선은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였지만 최대의 적은 바람이었다. 범선은 바람이 강할 때보다 바람이 전혀 없을 때 더욱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적도 근처의 「무풍지대」는 범선에게는 무덤과 같은 지역이었다.
다행히 운이 좋아 조류나 바람이 무풍지대에서 배를 꺼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꼼짝없이 갇혀지내다 굶어 죽는 경우가 많았다. 무풍지대에 갇힌 선원들이 신에게 고사를 지내던 의식이 적도제다.<채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