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은 운용자산(AUM) 규모가 124조원에 달해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52조원)보다 두 배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데 왜 지난해 순이익은 미래에셋운용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일까. 답은 기관들이 주로 투자하는 투자일임이나 사모펀드에 부과하는 보수율이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공모펀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데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운용사의 자산 집계 기준에 '투자일임'을 포함시키면서 삼성운용이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펀드 자산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미래에셋운용이 35조7,469억원으로 삼성운용(34조7,487억원)보다 많지만 투자일임을 포함할 경우 삼성의 운용자산이 124조3,304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커지면서 2위 미래에셋운용(52조5,206억원)과의 격차가 70조원 이상 벌어진다.
하지만 순이익 규모는 운용자산 규모와 비례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운용사별 순이익 규모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은 893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반면 삼성운용의 순이익은 312억원으로 4위에 머물렀다.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자금을 운용하고 받는 보수가 수익의 원천인 자산운용사는 운용자산 규모가 클수록 수익성도 높은 것이 정상이다. 물론 인건비, 소송 관련 대손충당금 등의 비용에 따라 간소한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은 운용사들이 공모펀드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보수를 책정하면서 기관자금은 헐값으로 운용해주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운용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삼성운용은 수익성이 낮은 사모펀드와 투자일임을 합친 규모가 105조원에 달해 전체 운용자산 내 저부가가치 자금 비중이 85%에 달하지만 미래에셋운용은 26조원으로 그 비중이 절반에 그친다.
특히 삼성생명ㆍ대한생명 등 대형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낮은 보수율로 보험사 고유계정 자금을 투자일임 계약으로 유치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대한생명 계열의 한화자산운용은 운용자산 규모로는 6위지만 지난해 순이익은 15위에 머물렀고 7위 ING자산운용과 13위 동양자산운용은 순이익 기준으로는 각각 25위, 17위로 큰 괴리를 보였다.
반면 보수가 상대적으로 비싼 공모펀드 비중이 높은 운용사들은 대부분 수익성이 좋았다. 6위 한국투자신탁운용과 10위 하나UBS자산운용이 순이익 기준으로는 각각 2위, 5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 주식형 펀드의 연간 운용 보수율이 평균 0.7%라면 기관고객들이 주로 투자하는 투자일임이나 사모펀드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운용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투자일임이나 사모펀드에 적용하는 보수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운용자산이 증가해도 그에 비례해 운용사의 수익이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