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 시간에 이창호는 82가 잘못 된 수순이었다고 후회했다. 84의 자리에 먼저 붙였어야 효과적이었다는 것. 참고도의 백1이 그것이다. 흑으로서는 일단 2, 4로 미는 수밖에 없다.
“그 말은 맞는 말이에요. 그 코스가 백으로서는 최선이었어요.”
최철한은 군말없이 찬동했다. 그렇게 두었어도 좌변의 흑이 역시 살기는 산다. 참고도의 흑26까지 되었을 때 백이 A로 둘 수는 없다. 좌하귀의 수상전을 백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좌변의 흑이 살긴 하지만 실전보와 비교해볼 때 중원 천지가 하얗게 백의 확정지로 굳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뭐 참고도처럼 진행되더라도 흑이 미세하지만 이기기는 이긴다는 것이 최철한의 진단이었다.
“창호형이 참고도의 최종 수순을 읽지 않았을 리는 없어요. 이런 정도의 수읽기는 프로에게는 기본이니까요. 창호형은 그 코스면 흑이 확실히 살아 버리니까 일부러 수순을 슬쩍 비튼 것이지요. 결과적으로는 백이 더 나빠지긴 했지만요.”
하긴 백94가 놓인 시점에서 이 흑대마의 사활은 너무도 가물거린다. 아직 확실한 안형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최철한은 절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