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F 드러커 교수 별세

지식경영 주창…한국에 큰 영향
"한국은 기업가 정신 뛰어난 국가" 각별한 애정
제자등 400여명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설립


실천하는 경영학자로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렸던 피터 F 드러커 교수가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숙환으로 숨졌다. 향년 95세. 현대 경영학을 창조한 인물로 평가받았던 드러커 교수는 자신의 90번째 생일 때 “나는 기계나 건물이 아닌 사람을 주목했다”는 단순 명료한 말로 자신의 성과를 표현했다. 현장에서의 작업을 역사적인 맥락에 대비시키면서 새롭고 자유로운 형태의 경영을 찾아낸 자신을 이처럼 표현했던 것. 이런 인간 중심의 접근법을 바탕으로 드러커 교수는 94세이던 지난해에도 자신의 35번째 책을 출간하고 수천건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20세기 실물경제의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1909년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청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43년부터 2년간 미국의 GM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며 “거대 조직에서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이들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곳이 주식회사”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46년 ‘주식회사의 개념(Concept of the Corporation)’을 출간했다. 기업을 협력체로 파악한 드러커 교수의 이 접근법은 당시만 해도 피라미드 조직에서의 ‘명령과 통제’를 강조하던 전통적 경영기법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드러커 교수의 지식경영 이론은 국내 경영학계와 기업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드러커 교수는 54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교육담당 고문 자격으로 방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50~60년대 뉴욕대학에서 한국의 젊은 관료들과 학생들을 가르쳤다. 김동기 고려대 명예교수, 나웅배 전 상공부 장관,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드러커 교수는 특히 2002년에 발간된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한국을 기업가 정신이 가장 뛰어난 국가라고 소개하는 등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저서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서문에서는 한국을 부존자원이 없는 후진국이 교육의 강조와 확산을 통해 성공적으로 산업사회에 진입한 대표적인 국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9월에는 드러커 교수가 제시한 지식경영 이론을 한국에 적용, 한국 경제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기 위해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가 살립되기도 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사장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비롯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준호 한국전력공사 사장,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등 회원 수가 400여명에 이른다.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는 드러커 교수의 이름을 딴 ‘피터 드러커 혁신상’을 제정, 내년부터 드러커 교수의 경영철학인 평생학습을 통해 성장동력을 높인 기업이나 공공기관ㆍ사회단체 등에 수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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