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불안에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한국은행이 올 경제성장률을 불과 한달만에 0.2%포인트나 낮춰잡은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소비심리위축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는 점은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하강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승 총재는 “미ㆍ이라크전쟁ㆍ북핵문제 등의 불안감이 경제에 상당부분 반영돼 별 문제가 없다”고 했고, 재정경제부도 올 5%성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경제는 한번 위축되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전망이 불투명한 터에 지갑을 꺼내는 `용기`를 내기가 어렵고, 그런 위축된 심리는 파도처럼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경제 전반에 `비상등`=미ㆍ이라크 전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국제유가는 30달러대로 치솟았고 세계 경제의 엔진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 여파가 국내 경제에 파도처럼 다가와 유가상승, 환율하락, 증시침체, 물가상승 등 곳곳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투자ㆍ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3으로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며 15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6일 발표한 `월간 경제동향`에서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서비스생산 증가세가 큰 폭으로 하락해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2003년 1ㆍ4분기 소비자태도조사` 를 통해 “소비자태도지수가 48.5로 조사돼 여전히 기준치인 50을 밑돌아 소비심리위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소비심리 위축의 원인으로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가능성 고조
▲증시 침체
▲유가상승
▲북핵문제 등을 꼽았다.
◇경제성장 5%대 가능할까=작년 10월부터 올 1월초까지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5%대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했지만 경제상황이 어두워지면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당장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7%에서 5.5%로 낮춰 잡았다. 박승 총재는 “이라크 전쟁이 조기 종결되면 경제도 상승커브로 돌아설 것”이라며 “여러 변수를 감안해도 5%대 전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적인 톤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재정경제부의 `5%대 성장론`과 궤를 같이 한 것이지만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립 서비스라는 관측이 더 많다. 리만 브라더스와 UBS워버그 등 해외투자은행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4%대 초반 또는 4%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현재로서는 경기에 힘을 불어넣을 뚜렷한 정책수단이 없어 보인다. 이라크 전쟁 등 국제정세가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한은도 금리를 조정하는 등의 통화금융정책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콜금리를 마냥 묶어 두고 있다. 정부가 재정자금을 조기집행하거나 연기금 등을 증시에 투입하는 등의 조치는 미봉책에 그칠 전망이다. 북한 핵에 얽혀 있는 현대의 대북지원 등 정치권의 갈등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불투명한 상황을 의식해 외국인들도 지난달 하순부터는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투자를 꺼리고 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