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식 영업·내실 다지기 첫발

명퇴 합의 끌어냈지만… 갈길 먼 황창규號
삼성과 '숍인숍' 매장 개설 '황창규 효과' 각인 시켜
공격경영 본격화 하는 하반기가 실질적 시험대



"글로벌 1등을 실현 하겠다"(3월 16일 KT 결의대회)

KT 지휘봉을 잡은 지 70일째를 넘어선 황창규(사진) 회장의 첫 일성은 '1등'이었다. 삼성에서 반도체 신화를 쓴 인물 답게 '국내'가 아닌 '글로벌' 1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 이후 행보는 KT ENS 사기개출, 개인정보 유출 등 잇따라 터진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황 회장. 하지만 그는 현재 내부 조직 다지기와 삼성 덧 씌우기를 차근히 진행해 나가며 성과를 내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큰 그림을 하나 씩 그려나가고 있다.

취임 직후 단행한 임원 축소를 신호탄으로 지난 8일에는 임직원 특별명예퇴직 이라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명퇴라는 단어가 '무시무시'하게 들리지만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KT는 회장이 바뀔 때마다 명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근속연수 15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퇴를 단행하겠다는 황 회장의 구상은 사실 5년전인 지난 2009년 이석채 전 회장이 실시한 명퇴와 꼭 같다.

결국 성패는 명퇴 신청자의 숫자에 달려 있다. 오는 10일부터 2주간 실시되는 명퇴 신청 기간동안 명퇴 대상자와 사측의 줄다리기 결과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난다. 명퇴 신청자가 이석채 전 회장 당시의 6,000명보다 적을 경우 황 회장의 리더십에는 상처가 날 수 밖에 없다.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명퇴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관심사다.

삼성 덧씌우기는 전방위로 진행중이다. 돈줄을 쥔 재무실장과 핵심 자회사인 BC카드 대표에 삼성맨을 앉혔고, 최근에는 구조조정을 총괄할 경영진단센터장을 신설한뒤 삼성맨인 최성식씨를 영입했다. 삼성출신들로 친정체제를 구축해 강력한 구조조정 등 조직 관리에 방점을 둔 삼성식 경영을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KT안팎에서 대규모 명퇴에 이어 자회사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영업도 삼성의존형이다. KT 회장 내정자 시절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HD급 영상을 동시 전송하는 LTE 멀티캐스트 기술을 상용화해 '올레 LTE플레이'라는 명칭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9일에는 국내 최초로 직영매장인 올레 애비뉴 강남점과 M&S 홍대역점에 삼성전자의 스마트기기와 액세서리를 체험할 수 있는 '숍인숍' 매장을 열어 삼성과의 관계 개선을 뜻하는 '황창규 효과'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이른바 '홍길동폰' 사건으로 KT와 삼성전자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KT와 삼성의 밀월관계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구글측의 압박으로 출시가 연기된 타이젠폰 출시는 향후 KT와 삼성 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공산이 크다. 타이젠폰은 삼성전자ㆍ인텔ㆍ노티아 등과 함께 개발중인 운영체제(OS) 타이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이다.

삼성식 내실 다지기와 삼성과의 협력을 통한 영업 확대라는 투트랙 전략의 성공여부는 올해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나게 된다. 올 상반기에는 과도한 보조금 경쟁과 명퇴금 지급으로 인해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인 시험대는 공격 영업을 본격화할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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