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계열사 제2 혁신] 글로벌무대 갈 길 멀어

■ 금융계열사 현주소는
생명·화재·증권 등 국내선 리딩컴퍼니
전자 DNA 전파 시급


과거 삼성그룹에는 '못난이 3인방'이 있었다. 지금이야 어엿한 우량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삼성테크윈·삼성정밀화학 등은 실적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삼성답지 못한' 계열사로 꼽히기도 했다. 여기에 쓰인 기준을 삼성 금융계열사에 적용하면 어떤 평가가 나올까.

삼성 금융계열사로는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삼성선물 등 총 6개 기업이 있다. 이 중 '삼성다운' 곳은 얼마나 될까.

생명·화재·증권 등은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다. 2위와의 격차가 상당해 일종의 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특정 분야(은퇴시장)에서는 1금융인 은행을 가볍게 능가한다. 삼성화재는 금융당국이 더 이상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바라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의 성을 공고히 쌓았다. 과거 펀드 융성기 때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뒤처졌던 삼성자산운용은 얼마 되지 않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삼성증권은 일찌감치 자산관리 부문에 집중하면서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 등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카드는 부동의 2위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단기 성장세다. 삼성카드는 최치훈 전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업계 4위에서 확실한 2위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점에서 삼성 금융계열사는 우리 금융산업에서 명실상부한 '리딩 컴퍼니'다. 우리 금융회사 중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갖춘 곳을 꼽으라면 많은 전문가들이 삼성 금융계열사를 지목한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확고부동한 지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 부메랑이 된다.

역할론의 관점에서 볼 때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해줘야 할 게 많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금융에서도 삼성전자가 나와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관점도 바로 이것이다. 삼성 금융계열사 역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컴퍼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룹이 바로미터로 삼는 삼성전자는 명실공히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다.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늘 상위권에 포진한다. 지난해의 경우 전 산업을 통틀어 1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현주소는 한없이 초라하다.

무엇보다 금융계열사의 글로벌 순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맏형 격인 삼성생명의 경우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포춘 500대 기업에 들었지만 글로벌 생보사 중에서만 25위(매출 기준)에 머문다.

2010년 23위에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3년 사이 순위가 뒤로 밀렸다. 삼성화재는 2012년 말 현재 보유보험료 기준 글로벌 22위에 등재돼 있다.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현주소에 만족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 단행된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는 이 같은 그룹의 의중이 담겼다. 그룹은 원기찬 사장을 삼성카드로 이동시키며 "삼성전자의 DNA를 전파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화재에서 생명으로 적을 옮긴 김창수 사장의 경우도 화재 사장 재직시 중국 자동차보험시장 진출 등 글로벌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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