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21일] 못말리는 '묻지마 투자'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시중 유동성이 엄청난 탓에 올해 공모주 청약에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IPO)로 평가되는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은 오는 5월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가만히 앉아서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알려지자 증권사 창구에는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이 몰려들고 강남 일대 PB센터에는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투자해줄 공모주 사모펀드에 억대 뭉칫돈을 맡기는 사모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공모주 청약이 소위 흥행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공모가가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기껏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식을 배정받아봤자 상장 직후 주가가 추락한다면 그보다 억울한 노릇은 없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놓고 보면 27일 확정되는 공모가액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비슷한 풍경은 불과 한달 전에도 펼쳐졌다. 바로 기업인수목적회사, 스팩(SPAC)에 대한 투자 열기다. 아직 어떤 기업을 인수할지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스팩이 상장되자마자 개인투자자들은 '무조건 사자'에 나섰다. 결국 감독기관의 경고가 나오고 나서야 과열양상이 진정기미를 보였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저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장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찾아 게릴라처럼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턱없이 낮고 본전을 되찾은 펀드는 속속 환매되고 있으며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실종되면서 돈은 그야말로 갈 길을 잃었다. 자금이 빠른 속도로 치고 빠져나가는 탓에 시중 유동성의 위력을 절감하게 한다. 더욱이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까지 풀린다니 이제는 상당히 버겁다는 느낌이다. 금리인상 논의를 시작해도 이르지 않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은 오히려 불안하다. 돈의 흐름이 왜곡되고 또 다른 거품이 생기고 있다는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