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넷'에 담은 예술의 혼

원로작가 송번수·전명자 개인전

모든 일에 마음이 통해 이해가 된다고 공자가 말했던 나이 ‘이순’(耳順). 60년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원로 작가들의 개인전이 잇달아 열린다. 가시를 주제로 한 송번수의 개인전(세오갤러리)과 오로라와 꽃의 화가 전명자의 개인전(선화랑)이 그것. 둘은 예순 넷 동갑내기로 홍익대 미대를 거쳐 프랑스 유학파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 작품에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정도의 예술적인 완성도와 40여년 이상 무던히 한 길만 파 온 예술가들의 영혼이 담겨있다. 섬유ㆍ판화 부문의 대표작가 송번수의 이번 개인전에는 가시 면류관을 짠 태피스트리 2점과 한지 부조로 조형된 가시 작품 12점 등 모두 21점이 전시된다. 송번수의 가시에 대한 관심은 70년대 프랑스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울했던 한국의 정치 상황을 빗대 장미의 화려함 뒤에 숨은 가시가 그 본질이라고 역설했던 것이 그 시작.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가시가 작가의 영적인 모티브가 됐다. 교회나 성당에 어울릴 법한 가시 면류관을 표현한 1,000호가 넘는 대형 태피스트리에서는 엄숙하면서도 경건함 마저 느껴진다. 판화형식을 빌린 한지 부조(casting) 작품에 날카롭게 돌출한 가시는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실험정신을 담고 있다. 국내 태피스트리 부문에서는 확고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2001년 헝가리 개국 1000년 기념 국제 태피스트리 전시회에서 큐레이터 만장일치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 그는 “날실과 씨실을 한 올씩 엮어가는 태피스트리는 인생과 같은 정직한 작업과정”이라며 “헝가리에서 받은 상은 유럽의 유명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으로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2일까지 (02)522-5618 19년간의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정착한 서양화가 전명자의 개인전은 지금까지 천착해 온 오로라와 자연을 주제로 하고 있다. 북극 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의 자연적인 신비와 작가의 내면에 흐르는 한국적인 독창성이 만나 유럽 작가들과는 다른 예술세계를 탄생시켰다. 시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그의 작품은 샤갈의 화풍을 담고 있는 듯하면서도 짙은 푸른색이 인상적이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국립미술협회 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국내는 물론 프랑스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자연과의 조화를 담은 유화 10여점과 북극에서 직접 체험하며 그린 ‘오로라를 넘어서’ 5점 등 총 20여점이 전시된다. 처음 오로라를 그리기 시작했던 95년도 초기 작품도 2점 포함됐다. 오로라와 자연을 계속 그릴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보다 더 좋은 주제가 어디 있겠어요”라며 “푸른색을 너무 좋아해서 지금까지는 푸른 오로라가 매번 등장하지만 요즘 에머럴드색이 좋아지고 있어 색상이 바뀔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10호 크기 기준으로 400만원 선. 전시는 28일까지.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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